사이버 문학논쟁 터 잡는다

중앙일보

입력

사이버 공간이 젊은 평론가들의 문학논쟁 마당으로 자리잡고 있다.

지금까지 사이버 공간은 즉흥적인 글쓰기와 감정적인 표현으로 많은 물의를 빚어왔다.

그런데 최근 젊은 평론가들이 제대로 정리된 문학논쟁 글을 올리면서 사이버 공간이 오프라인을 보완하는 새로운 매체로서의 가능성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20.30대 젊은 평론가들이 한꺼번에 글을 올려 주목되는 사이트는 웹진 ''대자보'' (http://www.jabo.co.kr)의 기획기사란. 전병문(26).홍기돈(31).김기정(25)씨 등이 ''문학권력과의 열린 대화를 지향한다'' 라는 기획란에 한편씩 글을 올렸다.

이들의 글은 한국 문단의 한 축으로 왕성한 활동을 보이고 있는 문학전문출판사 ''문학과지성사'' 에 대한 비판이다.

비판의 계기는 지난달 평론가 권성우(38)씨가 문학과지성사의 홈페이지(http://www.moonji.com)에 이곳의 동인인 권오룡씨의 글을 비판하면서 반론의 지면을 요구한 것을 문학과지성사에서 거부한 일이다.

젊은 평론가들은 문학과지성사를 ''문학권력'' 이라고 비판하면서 본격적이고 활발한 논쟁풍토를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병문씨는 ''현대의 신화-권력은 어떻게 유지되는가'' 라는 글에서 "지금까지 비판적 논객들은 지식인 사회의 ''왕따'' 로 존재했다.

그러나 이제는 산발적인 독백으로 그쳤던 문제들이 조직적으로 열린 대화를 요구하게 됐다" 고 주장했다.

과거에는 소수 비판적 목소리들이 문예지의 지면을 얻지못해 발언의 기회조차 갖지 못했지만 이제 사이버상에 글을 올릴 수 있는 공간들이 많아져 소수들도 제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됐다는 의미다.

전씨는 이같은 환경변화에 따라 문학과지성사와 같은 기존의 문화그룹들도 "퇴보하지 않으려면" 소수의 비판에 귀기울이고 논쟁에 나서야한다고 촉구했다.

이와 함께 대자보는 이번주중 논쟁의 발단이 됐던 권성우씨와 다른 젊은 평론가들이 ''문학논쟁의 활성화'' 라는 주제로 가진 좌담회 내용을 게재할 예정이다.

한편 시인겸 평론가인 김정란씨는 최근 문학과지성사와 문학동네가 홈페이지의 자유게시판을 폐쇄한 것을 비판하는 글을 자신의 홈페이지(http://www.rannie.net)와 사회운동사이트인 ''우리모두'' (http://www.urimodu.com)에 올렸다.

김씨는 이 글에서 "인터넷은 쌍방향과 상호성(interactivity)이 기본적 속성이다.

네티즌들이 자신의 의견을 올릴 수 있는 게시판을 없앤 행위는 이같은 상호성을 무시한 것이며, 비판적 견해와 창조적인 대화를 할 생각이 없다는 뜻" 이라고 비판했다.

권성우씨는 "논쟁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인터넷은 기존의 오프라인이 가진 문제점을 극복할 수 있는 훌륭한 수단이다.

글을 실을 수 있는 공간이 거의 무한대로 늘어났고, 쌍방향 컴뮤니케이션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며 "통신예절을 제대로 지키고 열린 마음을 가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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