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아직 요원한 에이즈 백신 개발

중앙일보

입력

에이즈 바이러스가 발견된 후 지금까지 수십년 동안 이 현대판 흑사병을 퇴치하려는 연구가 계속되고 있으나 아직 성과가 없는 실정이다. 오는 9일부터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열리는 제13차 국제 에이즈 회의에 참가할 과학자들은 자신들이 끈질기고 그림자 같은 적과 싸우고 있다고 말한다.

인간 면역결핍 바이러스(HIV)의 치료법 개발 분야에서 장족의 발전들이 이뤄져 왔으며 특히 그 가운데 항(抗)레트로 바이러스 칵테일 요법은 주목할 만한 것이지만 이 역시 침입 바이러스를 억제만 할 뿐 완전 제거하지는 못한다.

유감스럽게도 이는 예방 백신 개발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상황에서 현재 세계의 에이즈 감염자 수는 3천4백여만 명에 이르렀으며 매일 1만5천여 명이 추가로 HIV에 감염되고 있다.

미국의 국제 에이즈 백신연구소(IAVI) 수석 과학자문인 도널드 버크 박사는 " HIV는 만성 바이러스"라면서 이를 퇴치하는 일은 과학적으로 매우 어려운 문제라고 토로했다.

버크 박사는 "또다른 문제는 HIV가 관련 업계의 최우선 관심사가 아니라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세계적으로 에이즈가 만연하는 지역은 대부분 높은 이윤이 난다거나 백신을 구매할 중요 시장이 될 것 같지 않은 곳이라는 것이다.

사실 백신 개발은 길고 복잡하며 돈이 매우 많이 드는 사업이다. 우선 과학자들이 백신으로 유망하다고 판단하는 화합물을 발견하더라도 이 화합물이 유효한 면역반응을 일으키는지, 알려지지 않은 인체 유해 소가 없는 지 등을 동물실험을 통해 알아 보아야 한다.

그 다음엔 이러한 1단계 시험을 통과한 후보 물질의 약효와 안전성을 HIV 감염위험이 상대적으로 낮은 소수의 건강한 자원자 등을 대상으로 실시하게 된다. 1, 2 단계를 모두 통과한 물질을 이용, 감염 위험도가 높은 나라들의 자원자 수천 명이 포함된 광범위한 인원을 대상으로 인체실험이 실시되며 보간당국은 이 3단계 실험에서도 합격한 물질에 대해서만 심사를 해 판매허가를 내준다.

지금까지 백신 후보물질은 많았다. 지난 13년 동안 1단계 및 2단계 실험에 제출된 화합물은 30종이나 된다. 그러나 3단계 실험을 위해 제출된 물질은 단 한가지다. 이 물질은 인체에 침입하는 바이러스를 중화시키도록 자극하는 글리코겐 단백질 껍질의 일종인 gp120이라는 물질을 기반해 만들어진 것이다.

이 백신은 현재 미국 캘리포니아주 브리즈번 소재 제약회사 백스젠사에 의해 미국내 자원자 5천400명과 태국 자원자 2천500명을 대상으로 임상실험이 진행중이다.이 임상실험의 첫 결과는 실험이 모두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2001년 말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성공적인 결과가 나오더라도 이 백신이 공식적으로 사용되는 시기는 아무리 빨라야 2004년, 늦으면 2005년 경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과학자들은 그러나 이 백신이 파상풍이나 소아마비, 천연두 백신과는 달리 에이즈를 총체적으로 방어해주지는 못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제1세대 HIV 백신은 에이즈의 60% 이하만 막아줄 것이며 따라서 백신은 감염 경로와 콘돔 사용법 등을 포함한 총체적인 에이즈 예방 프로그램의 일부로서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