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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보 김기창 화백 미수(米壽) 기념 특별전

중앙일보

입력

아마도 이번 전시가 생존시에 열리는 마지막 회고전이 되지 않을까. 운보 김기창 화백의 미수(米壽:88세)기념 특별전 〈바보 예술 88년〉이 오는 5일~8월 15일 서울 갤러리현대(734-6111)와 조선일보 미술관(724-6328)에서 열린다.

1996년 5월 뇌경색으로 쓰러진 이래 5년째 붓을 놓고 있는 한국화단의 원로 운보. 그동안 충북 청원군 '운보의 집'에서 투병생활을 하면서 3차례의 죽을 고비를 넘겼다.

가래를 뽑아내기 위해 목에 구멍을 뚫는 바람에 목소리를 잃었고 복부에 호스를 연결해 유동식을 공급받는 상태에서 1백㎏이 넘던 당당한 풍채는 64㎏으로 줄었다. 치매기도 있었다.

그러나 지난해 가을 이후에는 또렷한 정신을 되찾았고 중풍도 더이상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외아들 김완(51·청각장애인복지회 회장)씨는 전한다.

전시회 개막식에는 참석하지 못하지만 TV위성중계를 통해 테이프 커팅을 실시간으로 지켜볼 예정이다.

지난 93년 팔순전(예술의 전당)이래 7년만에 열리는 이번 전시회에는 시기와 경향별 대표작 78점을 골라 보여준다.

갤러리 현대의 박명자 사장은 "무수한 걸작 중에 대표작을 고르는 것은 정말 힘든 작업이었다"면서 "이토록 모든 장르를 넘나들며 최고의 경지를 선보인 작가가 한국 화단에 또 있을까 하는 생각이 새삼 들었다"고 말했다.

선별된 작품은 30년대 선전(鮮展)에 출품했던 '동자' '가을'에서부터 50년대 대표작인 '예수의 일생' 연작 중 5점과 '복덕방' '보리타작' 연작, 60년에 그린 5백호짜리 대작 '군마도'와 70년대 이후 청록산수, 바보산수 대표작들, 90년대에 대걸레로 그린 '점과 선' 등 근작들에 이른다.

이 가운데 군마도(69년, 86년작), 일본에서 빌려오는 '정청(靜聽)'(34년작) 등은 처음으로 일반에 소개, 전시되는 것이다.

조선일보 미술관은 초기 부터 72년도의 청록산수 초기작품까지, 갤러리 현대는 그 이후 청록산수, 바보산수, 추상미술 등을 소개한다.

운보는 7세때 장티푸스로 청력을 잃었으나 17세에 어머니의 주선으로 이당 김은호 문하에 입문한 이래 불굴의 예술혼으로 1만여점(삽화·데생 포함) 작품을 만들어냈다.

인물·산수 등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동양화에서부터 조선시대 민화의 정취와 익살을 해학적으로 표현한 바보산수, 한국 산하의 정기를 힘차고 대담하게 그린 청록산수, 예술정신을 자유롭게 펼친 추상작품에 이르는 다양한 작풍을 두루 섭렵했다.

특히 '바보산수'는 부인 우향 박내현(雨鄕 朴崍賢)이 76년 세상을 떠난 후 활짝 핀 작품경향으로 과감한 생략과 강조, 민화를 계승한 자유롭고 해학적인 화풍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청교도적인 생활을 하던 운보는 친구와 함께 여행 중이던 부산에서 우연한 계기로 오랫동안 잃었던 '남성'의 활력을 되찾으면서 〈바보산수전〉을 열어 그림과 생활 모두에서 자유분방한 경지로 들어갔다.

남북 화해의 시기에 운보의 가장 큰 소망은 이산가족 상봉이다.

운보는 "북한에 있는 동생들과 만날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어. 막내 기만(73)이는 공훈화가가 되었고 여동생 기옥(74)은 의사가 되었다고 해. 평양 조선미술박물관에 소장돼 있다는 내 초기작 미인도 4점도 꼭 한번 다시 보고 싶어."라고 수화를 통해 말했다고 아들 완씨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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