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시스 룽 홍콩 '닷컴대부'로 부활

중앙일보

입력

1998년 채권투자 실패로 파산했던 홍콩 페레그린 금융그룹의 프란시스 룽(46)전 사장이 금융계로 복귀했다.

그는 한때 아시아권에서 가장 규모가 큰 금융그룹의 수장으로 "에스키모에게 눈을 팔 수 있는 유일한 사람" 이라는 극찬을 받았던 인물이다.

그러나 98년1월 인도네시아의 수하르토 당시 대통령의 딸이 경영하던 택시회사의 채권발행을 대행하다 2억6천5백만달러의 빚을 떠안게 됐고 루피아화마저 폭락, 페레그린 그룹은 몰락하고 말았다.

이후 모습을 감췄던 그는 최근 프랑스계 금융그룹 BNP 산하의 BNP 프라임 페레그린 캐피털사에 들어가 홍콩내 '닷컴기업' 의 대부로 급부상하고 있다.

그의 주역할은 홍콩 벤처기업들의 창업 인큐베이팅에서부터 상장에 이르기까지의 전과정을 자문하는 일. 우리나라로 치면 코스닥에 해당하는 홍콩의 그로스 엔터프라이즈 마켓(GEM)에 상장된 26개 기업 중 8곳이 그의 손을 거쳤다.

2년전 곁을 떠났던 그의 부하들도 속속 그의 밑으로 집결하고 있다. 현재 회사내 직원의 90%가 페레그린 출신이다.

달라진 것은 2년전에는 해외에 상장된 중국기업, 이른바 '레드칩' 투자가 전문이었지만 지금은 닷컴기업들에 전력을 쏟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최근 비즈니스 위크와의 인터뷰에서 "2년전 나는 모든 것을 잃었다. 그러나 이스라엘과 유럽의 카톨릭 성전을 둘러본 후 나의 가치관은 바뀌었다. 모든 결정은 신이 하며 나는 이에 따를 뿐" 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주위의 시선에는 아직 경계심이 깔려있다. 그가 여전히 지나치게 공격적이며 즉흥적이라는 것이다.

아직 덜 영근 회사들을 서둘러 기업공개시키는 바람에 해당기업의 주가가 공모가 밑으로 곤두박질치는 경우가 빈번하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그가 지난 3월 상장시킨 선에비젼홀딩스의 경우 공모가가 1.33달러였으나 현 주가는 0.90달러이고, 4월에 상장시킨 테크퍼시픽의 경우 0.13달러에서 0.05달러로 떨어졌다.

하지만 그는 "주가 하락은 전세계 기술주의 동반 하락에 따른 것이며 상장시기나 기업가치와는 무관하다" 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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