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대적 M&A說속 자사주 매입나선 이민화 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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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슨의 이민화 회장은 최근 사재 10억원을 털어 자사 주식을 샀다. 앞으로 ‘빚을 내서라도’ 주식을 더 살 예정이다. 물론 투자 수익을 위해서가 아니다. 지난 8일 한국기업평가가 메디슨의 신용등급을 투자등급에서 투기등급으로 하향 조정하면서 시장에서는 갑자기 메디슨에 대한 M&A설이 퍼졌기 때문이다.

투자 유가증권의 가치가 1조5천억원에 이르는 메디슨은 한기평의 신용등급 하향조정과 함께 2천5백억원 정도면 인수할 수 있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적은 돈을 들여 큰 수익을 얻는 것이 경제학의 기본이라면 메디슨은 경제학적으로 충분히 가치가 있는 M&A 대상이다.

지난 13일 이회장은 주가 급락에 대한 해명을 하기 위해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을 대상으로 기업설명회(IR)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애널리스트들은 “시장에서 신뢰를 얻으려면 어떤 주식을 팔아 유동성을 확보할 것인지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고, 이회장은 측근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한컴이 가장 유력하다”고 실명을 거론했다.

하필 왜 한컴일까라는 물음에회사의 홍보담당자는 “한컴은 메디슨과 시너지 효과가 별로 없고, 시장에서 선호하는 상품이기 때문”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시중에 떠도는 한컴의 전하진 사장과 이회장의 불화설에 대해서는 “두 분은 호형호제하는 사이”라며 일축했다. 하지만 동생이라고 부를 정도로 가까운 기업을 팔아야 하는데는 절박함 아니면 불편함이 자리잡고 있다고 업계 관계자는 얘기했다.

이번 메디슨의 인수합병설에 대해 이회장은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장난’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우선 지난 9일 증시가 열리자마자 하한가로 매도 물량이 나왔다는 점이고, 그런 상황에서 장이 끝날 무렵 50만주나 되는 매도물량이 다시 하한가로 나왔다는 점이다. 살 사람도 없는 상황에서 50만주나 하한가 매도 물량이 나온 것은 누군가에 의한 ‘장난’으로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평소 거래량이 50만주 정도밖에 안되는 주식이 갑자기 1백만주를 넘어 7백만주까지 늘어난 것도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번 ‘사건’이 반드시 가만히 있는 사람 옆구리 쿡쿡 찌른 것은 아니라는 게 한기평의 주장이다. “3월 말 현재 차입금이 지난해 매출액을 넘어서는 2천4백63억원에 이르는데다, 단기차입금 비중이 70%를 넘어서는 등 수익성과 재무구조가 취약하다”고 한 기평은 분석하고 있다.

크레디리요네 증권도 12일자 보고서를 통해 “메디슨이 지난 1분기 실적이 부진하고 수익이 비영업 부문인 등록 자회사의 투자에 의존하고 있다”며 매도를 권유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메디슨 관계자는 “더 이상 메디슨을 초음파 진단기를 만드는 회사로 국한하지 말아달라”고 얘기했다. 영업이익에 비해 경상이익 목표가 높은 것은 벤처생태계를 활성화시키고, 벤처기업의 노하우를 전수하는 과정에서 이익을 얻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회장은 메디슨의 이런 기업형태에 대해 ‘연방기업’ 또는 ‘초생명기업’이라고 정의한다. 미국식 연방제처럼 개별회사의 수익과 경영은 독자적으로 하되 인트라넷이나 정보는 공유하는 정도로 생각해 달라는 주문이다. 벤처계의 맏형격인 이회장이 입버릇처럼 강조해온 ‘벤처생태계의 활성화’를 위해 메디슨이 역할을 하겠다는 의미다. 하지만 그런 메디슨의 자기 역할 설정과 관계없이 시장은 냉정하게 판단한다. 언제라도 시장의 판단이 바뀌면 메디슨의 주가는 급락할 수 있다. 맏형들은 집안 단속하다가 자기 인생은 설계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번 M&A파동은 그런 시장의 힘을 살짝 보여 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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