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관대 교수
인터랙션 융합학과
요즘 융합 논의가 한창이다. 기술의 융합, 산업의 융합, 서비스의 융합, 학문의 융합 등 융합이 사회 전반에 걸쳐 핵심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에서도 융합이 차세대 신성장동력의 큰 축으로 받아들여지며, 제조업은 물론 서비스업으로까지 지평을 넓히면서 미래 먹거리 산업을 창출하는 원동력으로서 투자되고 있다. 세계적으로도 융합이 화두인 가운데, 최근의 융합 추세는 하드웨어에서 소프트파워로 그 중심축이 전이하고 있다. 얼마 전 구글의 모토로라 모빌리티 인수, HP의 PC사업 매각은 하드웨어에서 소프트파워로, 제품에서 서비스로 융합산업의 파워 시프트가 이뤄지고 있음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다.
이러한 소프트파워로의 전이와는 달리 국내의 융합담론은 아직도 기술적 융합, 즉 하드웨어 융합만이 강조되면서 정작 중요한 소프트적 요소들이나 본질적 이슈들이 간과되고 있다. 아이패드나 아바타는 기술혁명이 아니라 콘텐트 혁명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국내에서는 융합 논의에 있어 좀 더 소프트적 이슈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기존의 물질과 기계 중심의 ‘하드’ 과학기술의 관점에서 이제 ‘소프트’ 과학, ‘소프트’ 기술로 발상의 전환을 해야 한다.
최근의 한국의 융합논의는 이러한 큰 소프트파워 관점이 부재하며, 하드웨어적 사고의 틀이 융합논의를 주도하고 있다. 차세대 먹거리 사업으로의 융합전략은 효율과 성과를 극대화하려는 경제적 목적에만 치중해 있다. 더 본질적이고, 사회적, 인간가치적, 환경적 문제들이 고려되는 가치지향적 접근이 부재되어 있다.
하드웨어, 소프트 기술, 그리고 인간, 이 모두를 수렴·통합·융합해 이를 넘어서 미래에 창출될 새로운 창의적 융합기술을 위해 인식의 전환과 발상의 전환이 정부·산업계·학계 모두에게 요구된다.
신동희 성균관대 교수·인터랙션 융합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