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우림 3집 앨범 '…원더랜드' 발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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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적 록밴드의 전형을 제시했던 자우림이 세번째 음반을 발표했다. 리메이크 음반 '비정규작업' 을 낸 지 7개월 만이다.

4일 출시되는 '자우림, 더 원더 랜드' 는 틀에 매이지 않은 자유로운 창의성과 대중의 기호를 충족하는 특유의 매력이 여전하다.

이번 음반에서 단연 돋보이는 부분은 김윤아의 변화무쌍한 보컬. 곡에 따라 천진난만함과 요염함부터 악마적인 섬찟함까지 큰 진폭으로 다채롭게 펼쳐진다.

"메이시 그레이. 재닛 잭슨.로렌 힐처럼 독창적이면서도 풍부한 감성이 배어나는 보컬을 좋아해요. '비정규작업' 에서 비로소 노래하는 맛을 느꼈던 만큼 이번엔 곡의 분위기를 극대화할 수 있는 톤으로 부르려고 애썼죠. "

1996년 언더그라운드에 첫 발을 내디딘 자우림은 이듬해 영화 '꽃을 든 남자' 에 삽입된 경쾌한 모던 록 '헤이 헤이 헤이' 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이들이 5년간 활동을 통해 찾아낸 음악철학은 의외로 단순하다.

"음악에는 좋고 나쁘고가 없다고 생각해요. 연주해서 즐겁고 들어서 즐거우면 가치있는 음악이 아닐까요. "

발랄한 리듬과 귀에 쏙 들어오는 멜로디로 '달콤한 인생' 을 노래한 타이틀곡 '매직 카펫 라이드' 는 자우림의 이런 의도가 잘 살아난 곡. 바람을 가르는 듯한 플루트 소리와 거친 코러스가 신명을 더한다.

베이시스트 김진만이 곡을 쓴 '오렌지 마말레이드' 도 특유의 흥겨운 사운드가 매력적이다.

뒤틀린 사회에 대한 곱잖은 시선과 절망적인 사랑이 담긴 비가에서조차 자우림의 노래에는 듣는 즐거움과 유쾌함이 있다.

여성을 상품화하는 미인대회를 조롱한 머리곡 '미쓰 코리아' 와 사이버 시대의 반성 없는 속도감을 꼬집은 'www.사이버디지털. com' 은 묵중한 사운드에 거침 없는 목소리가 더해져 훨씬 호소력이 강하다.

펑크 풍의 '뱀' 과 포크 록 '새' 는 배신한 사랑을 향한 끝없는 증오와 낙담을 비감한 육성으로 표현했다. 신비로운 분위기에 '무덤가에서 난 식어가는가' 같은 엽기적인 가사를 입힌 '그녀와 단둘이' , '마왕' 도 색다른 감각으로 다가온다.

일본 대중음악 개방이 "표절이나 하는 엉터리 가수들이 사라지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며 자신감을 비친 이들은 "아직 대중적으로 조명받지 못하는 언더의 실력있는 록 밴드들이 보다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 는 당찬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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