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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디오 숨은 화제작] '약속'

중앙일보

입력

30년이란 세월을 두고 동·서독으로 갈라져 살았던 두 남녀의 사랑 이야기. 그들 사이에는 분단과 통일이란 독일의 역사적 배경이 놓여 있다. 분단 당시 독일인의 고통과 비극을 그리고 있지만 군데군데 남북한의 '초상' 도 녹아있다.

영화는 1961년 베를린 장벽이 처음 만들어지던 때의 흑백 기록 필름으로 시작한다. 벽돌과 철조망으로 장벽을 쌓아올리는 대목과 장벽의 이쪽과 저쪽에서 가족을 향해 손수건을 흔드는 모습 등이 자연스레 한반도 분단을 떠올리게 한다.

89년 11월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기까지 30년 가까운 세월을 펼쳐보인다. 동·서독으로 갈라진 주인공 남녀의 애정을 축으로 분단으로 상처받거나 죽어간 이들을 애잔한 드라마 형식에 담고 있다.

대학생인 콘라트와 소피는 친구들과 동독을 탈출해 서독으로 갈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콘라트는 아버지의 만류로 떠나지 못한다.

7년이 지나 두 사람은 제3국인 체코 프라하에서 만난다. 천체물리학자가 된 콘라트가 어렵사리 해외 출장 기회를 얻은 것. 두 사람은 행복한 나날을 보내지만 그것도 잠시 뿐, 민주화운동을 탄압하러 소련 탱크부대가 체코로 진주한다.

임신한 소피에게 콘라트는 아이를 서독에서 키워야 한다고 설득한다. 결국 콘라트가 스톡홀름에서 망명하기로 하고 둘은 헤어진다.

하지만 콘라트의 스톡홀름행은 좌절되고 만다. 소피는 "이제 더 이상 편지도 보내지 말아줘. 우린 각자의 삶을 살아가야 하니까" 라며 현실을 받아들인다.

하지만 사랑은 쉽게 잊혀지지 않는 법. 나름대로 가정을 꾸린 두 사람은 12년 후 다시 만난다.

독일 여성 감독인 마르가르테 본 트로타가 연출을 맡았다.

원제 Das Versprechen. 주연 메레트 베커.코리나 하르푸흐.아니안 촐너, 94년작. 성베네딕도 미디어 출시. 02-2279-7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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