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 “요즘 젊은이들, 정치인 꼰대라 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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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륜(평화재단 이사장) 스님이 1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한나라당 쇄신파 모임인 ‘민본 21’ 회의에 참석해 ‘안철수 현상’ 등 최근의 정치 상황에 대해 말하고 있다. 왼쪽 첫째부터 시계 반대 방향으로 김성식·신성범 의원, 법륜, 현기환·박민식·김세연 의원. [뉴시스]

법륜(法輪·평화재단 이사장) 스님은 ‘2011년 청춘콘서트’를 기획해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을 뜨게 만든 사람이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출마 결심을 하기 전 스님을 찾아가 “민주당에 입당해 기성정치를 하려면 아예 정치를 말라”는 얘기를 듣고 무소속 후보로 선거를 치렀다. 정치권이 요동을 친 건 법륜 스님의 역할 때문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그가 10일 한나라당 초선의원 모임인 ‘민본21’ 소속 의원 6명의 초청으로 국회를 찾아 한나라당에 쓴소리를 했다.

 스님은 “여야 정치권은 51대 49로라도 선거에서 이기면 된다는 식의 정치공학으로 움직이고 있다”며 “그런 식으로 이길 순 있을지 몰라도 정권을 잡을 경우 안정적 세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무현·이명박 정부, 진보와 보수도 엄밀히 말해 30%로 정권을 잡고 권력에 집착하다 실패했다. 보수는 중도와 진보까지 포용하고, 진보 역시 중도와 보수를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충고했다.

 스님은 안철수 원장의 대선 출마 가능성과 같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문제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다만 ‘안철수 현상’을 설명하면서 “요즘 20대 젊은이들은 이념적 성향이 없다. 투표장에 나갈 땐 누가 자신들과 소통이 되고 친숙한가라는 점을 중시한다. 무당파와 중산층은 어떤 정책이 내게 중요한지 정책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한다. “요즘 젊은이들은 정치나 종교·시민단체에 관심이 없고 모두 ‘꼰대’라고 한다. 현상이 그런데 자꾸 진보와 보수의 경쟁, 여야 정쟁으로 접근하니 갈수록 젊은이에게 외면당한다”는 말도 했다.

 스님은 “이 시대의 과제는 남북 간 평화통일과 남한 내에서 양극화 해소”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국·중국 2강(强) 간의 경쟁이 오히려 북한 체제를 유지·강화시키고 있다. 북한이 계속 중국에 의존한다면 김정일 정권이 변할 수 있어도 통일로 가긴 어렵다. 한국이 중심이 돼 미국을 설득하고 미국의 협조 속에 북한이 연착륙할 수 있는 전략이 긴요하다”고 했다.

 그의 강연은 친박계인 현기환 의원의 초청으로 이뤄졌다. 한국노총 출신인 현 의원은 2000년 법륜 스님과 인연을 맺은 뒤 친분을 쌓아왔다고 한다. 현 의원의 친동생은 평화재단에서 일한다.

현 의원은 “지난 5월 부산 청춘콘서트에서 부탁드린 강연인데 이후 안철수 원장이 부상하면서 몇 차례 연기됐다”며 “여권이 쇄신론으로 민감한 시점이지만 정치적 해석은 하지 말아달라”고 했다.

조현숙 기자

◆법륜(法輪) 스님=불교계의 대표적 사회운동가. 수행 공동체 ‘정토원’을 비롯해 국제구호단체 ‘JTS’, 환경운동단체 ‘에코붓다’, 국제평화·인권센터 ‘좋은벗들’, 통일정책 연구기관 ‘평화재단’ 등을 설립해 이사장을 맡고 있다. 지난해에는 불교계의 4대 강 반대운동에도 참여했다. 2002년에는 구호단체 활동의 공로를 인정받아 막사이사이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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