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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모습이 ‘외계인’ 같아 운 적도 많았는데 … 이젠 희망 전도사 됐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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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서울 원자력병원에서 열린 아모레퍼시픽 ‘메이크업 유어 라이프’ 행사에서 유현덕(52)씨가 김인영(47)씨의 메이크업을 돕고 있다. [김경록 기자]

“항암치료 갈 때 립스틱이라도 꼭 바르세요. 귀찮다고 그냥 가지 말고.”

유현덕(52·여·경기도 고양시 행신동)씨는 오른손 약지 손가락으로 김인영(47·여·서울 노원구 월계동)씨 눈가에 분홍색 아이섀도우를 펴 발라주며 말했다. 김씨가 자신의 커트 머리를 매만지며 “아직 머리가 짧아서 뭘 해도 어색하다”고 말하자 유씨는 “나는 항암치료 때문에 머리 짧게 잘랐을 때 아예 노란색으로 염색도 해봤다니까”라며 웃었다.

지난 3일 서울 노원구 원자력병원 방사선비상진료센터 2층 세미나실. 암 환자를 위한 ㈜아모레퍼시픽의 ‘메이크업 유어 라이프(Make up Your Life)’ 행사가 열렸다. 암 치료 과정에서 생기는 외모 변화로 자신감을 잃은 여성들을 위해 메이크업·스킨케어 방법을 알려주는 아모레퍼시픽의 대표적인 사회공헌활동이다. 올해로 4년째다. 서울·부산·대구·광주·대전·강원·제주 지역 2000여명의 암 환자를 대상으로 총 50개 병원에서 개최된다. 지난 5월 한 달간 진행된 상반기 행사는 전국 23개 병원에서 열렸고 하반기 행사는 11월 한 달간 27개 병원에서 열린다.

이날은 암과 싸우고 있는 50여명의 여성이 메이크업 방법을 배우기 위해 원자력병원에 찾아왔다. 목에 핑크색 스카프를 두른 18명의 아모레퍼시픽 카운슬러(방문판매직원)들은 환자들의 메이크업을 돕기 위해 자원봉사자로 나섰다. 행사장에 들어서며 어색해하던 김씨를, 자원봉사자로 참여한 유씨가 자신의 옆에 앉혀 두 사람이 파트너가 됐다.

아모레퍼시픽 경기북부백마영업점 팀장을 맡고 있는 유씨는 2006년 유방암 2기로 진단받고 왼쪽가슴 절제술을 받았다. 3기로 진행되기 직전이었다. 항암치료 후유증으로 연골이 파열돼 걷는 것조차 힘들 때도 있었지만 현재는 거의 완치 상태다. “지금은 하이힐도 신는다”며 번쩍이는 검정 에나멜 구두를 자랑하는 유씨에게서 암의 그림자는 찾아볼 수 없었다.

“요즘은 어느 때보다 밝게 살지만 항암치료 받을 때는 길에서 운 적도 여러 번 있었어요.” 시종일관 미소를 띠던 유씨의 눈에 결국 눈물이 맺혔다. “체력이 떨어지니 운동량이 부족해지고 살이 잔뜩 쪘었어요. 어느 날 거울을 봤는데 살은 쪘지, 머리카락은 하나도 없지, 거기에 한쪽 가슴도 없지…. 내가 외계인 같더라니까요.”

유씨는 2009년부터 매년 이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유방암으로 고생했는데 우리 회사에서 유방암 예방을 위한 캠페인도 하고 환자들도 도우니까 반가웠어요. 암을 극복한 산 증인인 내가 가서 도우면 환자들이 더 힘이 나겠다 싶기도 했고요.”

이날 유씨가 메이크업을 도와준 김인영씨의 경우 지난해 11월 유방암 수술을 받았다. 방사선·항암 치료를 마치고 지금은 주사를 맞으며 치료 중이다. 김씨는 “무릎도 아프고 체력도 떨어져서 너무 힘들어요. 밝게 사는 게 막연한 일 같았는데 이 언니 보니 저도 할 수 있겠네요”라며 웃었다.

행사는 2시간 동안 진행됐다. 스킨케어·메이크업 전문강사들이 환자들에게 항암치료로 건조해진 피부관리 법과 칙칙해진 피부를 메이크업으로 화사하게 보이는 방법 등을 설명했다. 강사들의 설명이 끝난 후 환자들은 봉사자들의 도움을 받으며 본인의 얼굴에 직접 메이크업을 했다. 지난 10월 유방암 수술을 받고 항암치료 중이라는 조영아(39·여·경기도 의정부시 신곡동)씨는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노력하는데 머리가 빠진다든지 피부가 점점 까매진다든지 한 가지씩 변화가 오면 우울해져요. 이런 행사 자체가 ‘누군가 아픈 나에게 관심을 가져준다’는 생각이 들게 해 위로가 많이 되네요”라고 참여 소감을 밝혔다.

지난 6월과 10월에는 중국에서도 ‘메이크업 유어 라이프’ 행사가 총 3회에 걸쳐 열렸다. 상해의 복단대학교 병원에서 열린 이 행사에는 중국인 암 환자 80여명이 참여했다. 아모레퍼시픽의 현지 임직원들이 자원봉사자로 나서서 메이크업을 도왔다.

아모레퍼시픽 이윤 인사총무부문장은 “우리 회사는 1993년부터 중국에 진출했는데 이 캠페인은 올해가 처음”이라며 “내년부터 규모를 더욱 확대해 중국에서도 기업의 사회적 역할을 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부문장은 “이 캠페인을 통해 여성 암 환우들이 힘을 얻고 외면과 내면의 아름다움, 그리고 건강한 삶까지 되찾으셨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글=윤새별 행복동행 기자
사진=김경록 기자

암 투병할 때 이렇게 해보세요

-매일 매일 ‘상상’한다: 할 수 있는 것들, 하고 싶은 것들을 모두 잘 해내는 상상을 하면 기분이 좋아진다.
-억지로라도 웃는다: 스스로 봐도 이상할 만큼 웃고 다녀라. 건강이 다시 찾아 온다.
-몸을 움직인다: 하루 단 5분이라도 좋다.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면 더욱 좋다.
-햇빛과 친해진다: 하루 20~30분 햇빛 아래에서 수다를 떨거나 걸어본다. 자외선 차단제 바르는 건 필수~!
-음식을 적당히 먹는다: 내 몸에 맞는 적당한 음식의 양이 얼마인지 잘 알아보고 반드시 지킨다.

암환자 가족, 이렇게 해주세요

-‘내가 암이라면 어떨까’ 생각해본다: 환자를 보다 이해하고 그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게 된다.
-지속적인 관심을 보인다: 환자들은 퇴원 후 가족의 관심이 줄었다고 느낄 때 더 우울해진다.
-말을 조심한다: 아무 때나 “힘들어 보여요” “안 좋아 보여요”라고 하면 괜찮다가도 갑자기 힘들어 한다.
-응원해준다: “당신도 나을 수 있을 거예요” “힘든 치료를 잘 견뎌내다니 대단해요” 등의 말을 좋아한다.

도움말=조주희 삼성서울병원 암센터 암교육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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