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첫 화성탐사 ‘잉훠’실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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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전(현지시간) 러시아의 화성 위성 탐사선 ‘포보스 그룬트’호를 실은 로켓 운반체 ‘제니트-2SB’가 발사 직전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 우주기지 발사대에 서 있다. 포보스 그룬트호는 자체 엔진장치가 작동하지 않아 비행 궤도 진입에 실패했다. [바이코누르 AFP=연합뉴스]

전통의 우주 강국 러시아와 우주 개척에 총력전을 펴고 있는 중국이 손을 맞잡은 첫 화성 탐사 프로젝트가 실패로 끝났다.

 반관영 통신 중국신문사는 “중국의 첫 화성탐사선 잉훠(螢火·반딧불) 1호와 러시아의 화성탐사선 포보스 그룬트호가 운반 로켓 제니트-2SB와 분리 후 정상궤도에 진입하지 못했다”고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두 탐사선을 추진하는 엔진이 자체적으로 가동돼 화성으로 향하는 비행 궤도에 진입해야 하는데 이 엔진이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러시아 화성탐사선은 이날 새벽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 우주기지에서 러시아제 제니트-2SB 로켓에 실려 발사됐다. 블라디미르 포포프킨 러시아 연방 우주청장은 “현재 위성과의 교신은 유지되고 있다”며 “전문가들이 위성의 축전지연료가 모두 방전되기 전까지 사흘 동안 새로운 비행 프로그램을 시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포보스 그룬트호가 정상 궤도에 진입하지 못한 원인으로 방향 조정장치나 센서 고장 또는 이 장치를 작동시키는 프로그램 이상 등을 꼽고 있다. 장치나 센서 고장일 경우 지상에서 수리할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에 더 이상 비행할 수 없게 된다.

 포보스 그룬트호는 발사한 지 3년 뒤 화성의 위성인 포보스 표면에 착륙, 토양을 채취해 지구로 귀환할 예정이었다. 성공했을 경우 태양계의 역사와 화성의 생명체 존재 여부에 대한 기초 정보에 접근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중량 115㎏, 높이 60㎝, 너비 75㎝의 잉훠 1호는 1년간 화성 궤도를 돌며 화성과 주변 공간에 대한 탐사를 수행하는 임무를 가지고 있었다.

 중국은 이번엔 러시아 기술에 의존해 화성탐사기를 발사했지만 독자적인 화성 탐사 프로젝트도 가동하고 있다. 2013년을 전후해 자체 개발한 발사로켓을 이용해 화성 탐사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번 프로젝트 실패에서 보듯 넘어야 할 기술적 난관이 적잖아 실현 시점은 불투명한 상태다.

 잉훠 1호는 당초 2009년 10월 발사 예정이었지만 러시아 측 사정으로 2년여 동안 발사가 연기됐다. 특히 선저우(神舟) 8호 무인 우주선과 시험용 우주정거장 톈궁(天宮) 1호의 도킹에 성공하는 등 최근 우주 개발 프로젝트에 잇따라 성공한 중국은 이번 실패에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러시아는 50년 전 인류 첫 우주인 유리 가가린을 배출한 우주 강국이지만 1988년과 96년 잇따라 화성 탐사에 실패했다.

베이징=정용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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