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발레리나” … 재능기부에 활짝 핀 동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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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오후 대전시 동구 가양동 흥룡초등학교 강당에서 이 학교 학생들이 제이발레아카데미 임수경(가운데) 강사로부터 발레강습을 받고 있다. [김성태 프리랜서]

8일 오후 1시쯤 대전시 동구 가양동 흥룡초등학교 강당. 분홍색 발레복을 입은 이 학교 1∼6학년 여학생 20명이 모였다. 학생들은 임수경(27·여)강사의 지도에 따라 다양한 발레 동작을 표현했다. 한 다리를 들고 팔을 펴는 ‘아라베스크’, 다리를 머리 옆까지 높이 드는 ‘알라곤스’ 등 쉽지 않은 동작도 자연스럽게 소화했다.

 이 학교에서는 6월부터 매주 화·목요일에 3시간씩 발레교실이 열린다. 가정형편이 어렵거나 돈이 있어도 학교 주변에 무용학원이 없어 발레를 배우지 못하고 있는 학생들이 참여한다. 학원 강사 한 명이 학교에 와서 무료로 학생을 지도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임수경 강사는 “배움의 기회가 적은 어린이들에게 재능을 기부할 수 있는 기회를 얻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발레교실은 대전시 교육청이 추진하는 ‘교육기부운동(해피 스쿨! 대전교육사랑운동)’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교육기부는 지역의 기업, 공공기관, 대학 등이 갖고 있는 물적·인적 자원을 기부 받아 교육활동에 활용하는 것이다. 발레교실은 대전시 중구 문화동에 있는 제이발레아카데미가 교육기부운동에 동참함에 따라 열리게 됐다. 발레를 배우는 흥룡초 윤나희(8·1학년)양은 “발레 강습 시간이 너무 즐겁다”며 활짝 웃었다.

 교육기부운동은 올해 교육과학기술부 주도로 시작됐다. 전국 16개 시·도 교육청이 기부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대전시교육청은 지금까지 기업체와 단체, 독지가로부터 교육지원금 192억원을 유치했다. 교육지원금은 대전지역 80개 초·중·고에 지원한다.

 대전시교육청 성경제 주무관은 “조그만 관심과 정성으로 시작된 교육기부가 지역 인재 양성에 밑거름이 된다”고 말했다.

 교육지원금에는 대전 지역 대표 화가인 기산 정명희(66) 화백이 8월에 내놓은 작품 1396점(177억 상당)도 있다. 정화백은 충청의 젖줄인 ‘금강’을 소재로 수십년간 작품활동을 해왔다. 개인전만 57회를 열었고 1989년에는 안견미술상을 수상했다.

 정화백은 “지역 후학 양성을 위해 도움이 될 수 있는 방법을 찾다 작품을 기탁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대전시 교육청은 대흥동 대전평생학습관에 내년 초까지 ‘정명희 미술관(100㎡)’을 만들어 정 화백 작품을 전시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KT대전사업단은 올해부터 3년간 장학금으로 2억원을 내놓기로 했다. 대전중앙청과는 지족초와 유성여고에 3년간 각각 3000만원씩 총 6000만원을 지원한다. (주)한국서지연구소는 대전 원앙초에 2300만원 상당의 낙뢰보호기를 무상으로 설치했다.

 재능기부도 있다. 농협대전본부는 올 한해 동안 대전지역 40개 초·중·고에서 무료 ‘금융·경제 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농협 직원이 학교에 찾아가 강의하는 형식이다. 강의를 담당한 농협대전본부 금융마케팅팀 오형근(47)차장은 “저축과 소비 등 건전한 경제생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내용을 집중적으로 소개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김방현 기자
사진=김성태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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