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퉁 덜 사는 나라서 명품 많이 나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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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전통염색 전문가, 고급 서적 출판사 대표, 보석세공 장인. 인형 공예가.

 올 테크플러스 포럼의 눈에 띄는 특징은 ‘아날로그형 명인’들이 대거 연사로 등장했다는 것이다. 분야는 다르지만 이들이 전한 일관된 메시지는 기술이 장인의 열정과 전통, 즉 스토리와 접목될 때 진정한 명품이 탄생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첨단기술과 전통이 결합한 ‘한국형 명품’ 탄생의 조건을 모색하고 아이디어를 나눴다.

 프랑스 명품 서적 출판사 ‘애술린’의 프로스페어 애술린(사진) 최고경영자(CEO)는 “명품(Luxury)은 고유의 유전자(DNA)를 담고 있다”고 말했다. 애술린은 샤넬, 고야드, 까르띠에, 프라다 등 내로라하는 명품의 브랜드북을 제작하고 광고 기획·브랜드 컨설팅 등을 담당한 회사다. 그는 “지난 10년간 명품 브랜드와 일하면서 본 것은 그들이 고유의 DNA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일시적이 아니라 지속적인 전통 만들기에 투자한다는 것”이라면서 “이런 과정을 통해 희소성이란 명품의 조건을 갖추게 된다”고 설명했다.

 디지털 시대의 명품이 되기 위해선 기술과 아날로그 문화가 만들어내는 ‘감동’을 디지털과 접목하는 ‘디지로그’ 전략이 필요하다는 주문도 쏟아졌다. 천연 염색 공예가인 문쌍후씨는 직접 현장에서 염색 시범을 보인 뒤 “급변하는 정보화 시대에 천연 염색의 색깔을 우리 삶에 반영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명품을 만들어내기 위한 조건은 또 있다. 그 가치에 대한 사회적 각성이다. 김승인 홍익대 국제디자인전문대학원 교수는 “모조품 구매율이 떨어지는 나라일수록 명품 브랜드가 많이 나온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면서“이탈리아에 명품이 많이 나오는 것도 명품의 가치를 향유할 줄 알고 정부·기업·국민 모두가 그 가치를 보존하고자 노력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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