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설에 휘둘리는 관절염 치료는 그만! 전문의 찾아 똑똑한 약물 복용이 최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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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KS병원 홍준석 원장

무릎이 퉁퉁 부어 병원을 찾은 65세 주부 서씨. 무릎 통증은 3-4년 전부터 시작되었으나, 올 가을부터 심하게 붓기 시작했다고 했다. 언뜻 보아도 심각한 관절염을 의심할 만했다. 환자는 손자, 손녀 둘을 한꺼번에 돌보면서 집 주변 텃밭 가꾸기에도 여념이 없는 억척 할머니였다. 병원을 왜 이리 늦게 찾았느냐는 질문에 자양 강장제, 종합비타민, 수입 글루코사민, 온열 찜질팩과 종합진통제까지 누구보다 관절건강에 신경을 써 왔다고 자부했다. 사용하는 패치의 종류만도 대 여섯 가지, 날씨와 무릎 움직임 정도에 따라 달리 붙여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정작 1년 전쯤엔가 병원에서 처방 받은 약은 위장이 좋지 않아 몇 번 먹고는 말았다고 했다.

우리나라에 유독 환자가 많은 퇴행성 관절염은 간단히 말해, 관절을 너무 많이 사용해서 생기는 질환이다. 특히 여성들의 경우 60세 이상이 되면 3명 중 한 명에게서 퇴행성 관절염이 발병한다는 통계도 있다. 관절염 치료법으로는 경제적 부담을 최소화하고 기능이 남아있는 관절을 최대한 보존하기 위하여 초기에는 약물치료, 물리치료 등 통증과 염증을 줄여주는 보존적 치료법을 주로 사용하며, 주사 치료를 병행하기도 한다. 모든 질환이 그렇듯 관절염 역시 조기 진단과 초기 치료가 중요한데, 서씨처럼 관절염을 의심하면서도 바로 병원을 찾아 적극적인 치료를 받지 않고, 자가 통증 치료로 시간을 허비하며 증상을 악화시키는 경우가 너무나 많다.

‘나이 들어 다리, 무릎 아픈 것 때문에 병원은 무슨…’이라고 생각하는 많은 환자들이 흔히 찾는 치료법이 패치. 일시적인 통증 완화 효과로 인해 마치 관절염이 치료되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키기 적당하다. 하지만 패치는 관절염의 근본적인 치료법이 아니며 너무 오랜 기간 반복적으로 사용하면 피부염 등의 부작용을 일으키기도 한다.

서씨와 같이 통증을 없애기 위해 온갖 민간요법을 다 써보면서도, 유독 병원에서 처방 받는 진통, 항염제에 대해서 거부감을 갖고 있는 환자들을 흔히 만나볼 수 있다. 일부 관절염 치료제가 위장관계 합병증을 야기할 수 있다는 사실을 오해하여 속병이 생기느니 관절염을 안고 사는 게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연구 결과에 따르면 관절염으로 치료 받는 환자 중 약 절반 가량이 위장관계 합병증의 위험 요소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아스피린을 복용하거나, 이전에 위장관계 합병증이 생긴 적이 있거나, 65세 이상인 경우에 속쓰림 등 위장관계 합병증이 생길 확률이 높다.

[표] 위장관계 합병증 위험요인별 보유비율

관절염 치료제가 한 두 달 복용하고 그만두는 종류의 약이 아니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기존의 관절염 치료제가 갖고 있었던 위장 장애에 대한 부작용은 의료진의 입장에서도 심각하게 고려해봐야 할 부분이다. 그렇기 때문에 위장관 장애 발생률을 현저히 줄인 쎄레브렉스 등 COX-2 억제제와 같은 약물은 관절염 환자들의 환영을 받기에 무리가 없다. 특히 65세 이상 환자의 경우, 보험 적용을 받을 수 있어 환자들의 경제적 부담도 적다.

한국인의 독특한 생활습관으로 인해 노년이 되면 숙명처럼 받아들여야 하는 관절염. 이것저것 관절에 좋다고 소문난 것들을 다 해보고 그제서야 돌이킬 수 없이 망가진 무릎을 안고 병원을 찾은들, 지나간 시간을 되돌리기도, 관절 상태를 예전으로 되돌릴 수도 없다. 관절염이 의심되면 민간요법이나 자가치료를 지양하고 반드시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고, 약물 및 치료법에 대한 내용도 전문의와 꼭 상담하여 결정하는 것이 좋다. 관절염은 병원과 가까이 지내서 손해 보는 것보다 덕 보는 것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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