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홍어는 삭혀야 제맛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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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가을이 깊어가고 있다. 이맘때면 심한 일교차로 감기에 걸리기 십상이다. 실제로 기침감기를 호소하는 사람이 늘었다. 따뜻한 생강차나 유자차가 기침·가래를 완화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한다.

 가래와 관련해서는 “생강차가 가래를 많이 삭여 준 덕분에 감기가 나았다”에서와 같이 ‘삭이다’는 표현을 많이 쓴다. 다음 문장을 보고 틀린 표현을 골라 보자.

  ① 분을 삭이지 못하고 뛰쳐나갔다.

 ② 너는 지금 돌도 삭일 나이 아니냐.

 ③ 새우젓이나 멸치젓은 얼마나 잘 삭히느냐가 관건이다.

 ④ 알맞게 삭인 김치를 넣어야 맛있는 김치찌개가 완성된다.

  ‘이’와 ‘히’는 발음이 비슷하기도 하고, 둘 다 사동사를 만드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어느 것을 써야 할지 헷갈린다. ‘삭이다’와 ‘삭히다’도 이런 예다. ‘삭다’의 경우 ‘이’와 ‘히’ 모두 쓰인다. 다만 의미가 다르므로 주의해야 한다.

 ‘삭이다’는 ‘기침·가래를 잠잠하게 하다’는 의미 외에 ①과 같이 ‘긴장이나 화를 가라앉히다’ ②와 같이 ‘먹은 음식물을 소화시키다’는 의미로도 사용된다.

 ‘삭히다’는 ③처럼 ‘김치나 젓갈 따위의 음식물을 발효시키다’는 의미로 쓰인다. ④번 ‘알맞게 삭인’도 발효시키는 것이므로 ‘알맞게 삭힌’으로 해야 한다.

 그렇다면 “홍어는 삭여야 제맛”이란 표현은 맞는 말일까? 맛이 들도록 홍어를 발효시켜 삭게 만드는 행위를 의미하므로 ‘삭이다’가 아니라 ‘삭히다’를 써서 “홍어는 삭혀야 제맛”이라고 해야 한다.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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