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43% 해외서 … YG엔터테인먼트 코스닥 상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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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양민석 대표(사진 오른쪽)와 빅뱅.

아이돌그룹 빅뱅과 2NE1의 소속사인 YG엔터테인먼트가 23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된다. 이로써 이미 상장된 SM·JYP를 포함해 국내 3대 엔터테인먼트 회사 주식을 일반 투자자도 거래할 수 있게 된다.

 양민석(38) YG 대표는 8일 “YG는 지금까지 (가요계의) 큰 트렌드를 선도해왔다”며 “상장을 통해 미래가치가 크다는 걸 검증받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상장 소감을 묻는 질문에 답하면서다. 양 대표는 서태지와아이들 출신으로 1996년 YG를 설립한 양현석 대표프로듀서의 친동생이다. 연예인 육성과 음반 제작 등은 형이 총괄하지만 회사의 경영은 동생이 전담한다. 양 대표는 “업무 분장이 매우 명확해서 경영의 세부적인 부분은 형이 잘 모른다”고 말했다. 양 대표는 전문경영인의 길을 걷기 위해 연세대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YG는 성장기 소년처럼 무럭무럭 크는 회사다. 2008년 185억원이었던 매출액은 지난해 448억원으로 뛰었다. 지난해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103억원과 98억원. 올해 상반기 매출액은 447억원으로 반년 만에 지난해 매출액을 거의 따라잡았다.

 양 대표는 “상장으로 자금을 얻으면 지난 15년간 잘해온 일을 더 잘할 수 있게 쓰겠다”며 “새로운 신인을 발굴하고 훈련시키는 YG의 미래에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콘텐트를 개발하고, 아시아·유럽·미주로 시장을 넓히기 위해 자회사를 설립하는 등 공격적인 드라이브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아이돌 가수가 선도하는 K팝은 한류(韓流) 열풍의 첨병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YG의 지난해 매출액의 43%가 해외에서 나왔다는 점은 이를 잘 대변해준다. 그러나 YG의 해외 매출의 90%는 일본에 집중돼있다. ‘K팝 신드롬은 일본을 제외하고 아직 일부 매니어에 한정된 현상’이란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양 대표는 ‘한류’에 방점을 둔 세간의 평이 옳지 않다고 반박했다. 그는 “현대자동차와 삼성전자가 해외에서 인정받는 게 ‘메이드 인 코리아(한국산)’이기 때문이냐”며 “두 회사는 경쟁력을 인정받았기 때문에 주류가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래와 같은 콘텐트는 경험해보지 않고서는 알 수가 없는 상품”이라며 “K팝 콘텐트가 유튜브를 통해 전파되면서 파급력이 생겼고, 이를 통해 우리가 오랫동안 준비해온 콘텐트가 인정받기 시작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YG에는 빅뱅과 2NE1 외에도 싸이·세븐·구혜선·강혜정 등 다수의 인기 연예인이 소속돼 있다. 하지만 빅뱅 홀로 지난해 매출의 43%를 담당하는 등 특정 연예인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그만큼 리스크도 크다는 얘기다. 실제 빅뱅의 멤버인 대성(교통사고)과 지드래곤(대마초 사건)이 구설에 오르자 YG는 어려움을 겪었다. 당초 2만4600~3만2000원으로 정했던 희망 공모가를 2만2100~2만8800원으로 10% 정도 낮춘 건 이 때문이다. 양 대표는 “(연예인이라는) 사람 비즈니스인 탓에 생기는 리스크가 존재한다는 걸 시장에 충분히 알리려고 노력했다”며 “태스크포스(TF)를 통해 모든 위험요소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경쟁사라 할 수 있는 SM과 JYP와는 어떤 관계인가.

 “일명 ‘삼두마차’라고 하는 세 회사는 선의의 경쟁관계다. 누구를 밟고 일어서야 승리하는 게임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소녀시대를 좋아한다고 원더걸스 노래를 안 듣거나 2PM을 좋아한다고 빅뱅을 싫어하지는 않는다. 시장 확대 등에 관해 서로 만나 자주 논의한다. 산업을 키워야 한다는 데는 똑같은 목소리를 낸다.”

 -상장이 되면 소속 연예인도 주주가 되는가.

 “연예인은 정식 직원으로 등재되지 않은 파트너십 관계다. 법적으로 스톡옵션을 주거나 우리 사주조합에 참여시킬 수 없다. 우리 패밀리(소속 연예인)가 회사 발전에 많은 기여를 했는데 아쉽다. 다른 회사의 선례를 참고해 혜택을 줄 방법을 찾겠다.”

 -경영을 해도 잘할 만한 소속 연예인이 있는가.

 “판단력이 뛰어난 (2NE1 멤버) 산다라박이 잘할 것 같다. 산다라박은 스스로 ‘2NE1 홍보부장’을 맡아 열정적으로 홍보도 잘한다. 자칭 ‘최 이사’라고 하는 세븐(본명 최동욱)도 잘해낼 것 같다. (웃으며) 다른 패밀리도 다 뛰어난데 둘만 강조하면 팬들이 싫어할 텐데….”

허진·손국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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