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오공요? 사실은 아무 관련도 없지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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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판을 무료로 제공하는 아이템으로 단숨에 인기 사이트 순위 10위권에 진입한 슈퍼보드닷컴은 지난 해 9월 사이트를 오픈했다. 당시엔 일반인들 사이에 개인 홈페이지 제작 열풍이 무척 거셌고, 게시판과 방명록이 들어가야 홈페이지라는 명함을 내밀 수 있었다. 슈퍼보드닷컴은 이러한 사실을 간파했다. 슈퍼보드의 홈페이지를 통해 멋지게 제작된 게시판을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같지 않은 광고, 히든바

"오공이 타고 다니는 슈퍼보드가 아닙니다." 한 때 어린이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TV 만화영화 ‘날아라 슈퍼보드’. 여기서 손오공은 항상 슈퍼보드를 타고 하늘을 날아 다닌다.

"처음 저희 회사 이름을 접한 사람은 제일 먼저 손오공을 떠올린다고들 합니다. 그렇지만 전혀 관련이 없어요. 영어에서 게시판을 보드(Board)라고 하죠. 세계 제일의 홈페이지 게시판을 공급하는 업체가 되자는 의미에서 슈퍼보드라고 이름을 지은 겁니다.”

게시판을 무료로 제공한다는 아이템으로 단숨에 인기 사이트 순위 10위권에 진입한 슈퍼보드닷컴(http://www.sup erboard.com) 남형욱 사장(35). 그는 한 번 들으면 잊혀지지 않는 이름이기에 손오공과 연관되는 것을 싫어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슈퍼보드닷컴은 지난 해 9월 법인 설립과 동시에 사이트를 오픈했다. 당시에는 일반인들 사이에 개인 홈페이지 제작 열풍이 무척 거셌다. 그리고 반드시 게시판과 방명록이 들어가야 홈페이지라는 명함을 내밀 수 있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게시판과 방명록을 제작해 운영하기란 힘든 일. 슈퍼보드닷컴은 이러한 사실을 간파했다. 슈퍼보드의 홈페이지를 통해 멋지게 제작된 게시판을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도록 한 것. 입에서 입으로 그 소문이 전해졌고 게시판을 받아 가는 사람 수가 점점 많아졌다.

“슈퍼보드의 게시판을 사용하는 인터넷 인구가 늘어나다 보니 욕심이 생기더군요. 이를 수익과 연결시킬 수 없을까 하고 말이죠. 어느 날 소주를 한 잔 마시고 있는데 반짝하는 아이디어가 떠올랐어요.”

그 결과가 바로 ‘히든바’(Hidden Bar)이다.

남사장은 PC통신이 한창 인기를 끌던 시절 기업들에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는 방을 하이텔에 만들어 운영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찾는 기업이 전혀 없었다. 고심하던 끝에 하이텔 초기화면에 방의 성격을 알리는 내용의 글을 게재했다. 그러자 찾는 사람이 엄청나게 늘어났다.

히든바는 이를 응용한 것이다. 게시판을 열면 광고하고자 하는 내용의 글이 항상 제일 위에 놓여 있어 이용자들의 눈에 가장 먼저 띄게 하는 기술이다. 이것으로 남사장은 지난 2월 특허를 출원했다.

하지만 지금은 사용자들의 의견을 고려, 제일 위가 아니라 게시물들 사이에 광고가 게재되도록 방식을 바꾸었다. 광고가 상단에 들어가다보니 인터넷 사용자들이 불편하다는 항의를 해왔기 때문이었다. 히든바는 업체들로부터 광고 효과를 인정받아 내달부터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남사장은 성공의 짜릿함과 실패의 아픔을 경험한 사람이다.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 두고 여행 관련 사업체를 경영해 큰 돈을 만진 적이 있었다. 또 강남구 젊은경영인협회 초대 회장을 맡는 등 대외활동도 활발히 했다. 하지만 IMF 풍파는 그를 비껴가지 않았다. 8개월간 일을 할 수 없었다.

“벼랑 끝에 선 기분이었습니다. 하지만 돌이켜 보면 그 기간이 저에게는 약이 된 것 같아요. 여행도 하고 공부도 하며 저 자신을 돌아볼 수 있었으니까요. 당시에 공부했던 컴퓨터 관련 분야가 슈퍼보드와의 인연을 만들어 줬습니다. 저는 슈퍼보드를 세계 제일의 게시판 브랜드로 만들 겁니다.”

현재 연세대 경영대학원에서 마케팅을 공부하고 있는 남사장은 직원들의 자질 향상과 우수인력 유치를 위해 모든 교육비의 1백%를 회사에서 지원할 계획이다. 특히 자격을 갖출 경우 직원들을 외국 유학까지 보낼 생각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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