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신용카드, 언제라도 버릴 수 있는 물건일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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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신용카드는 1953년 미국에서 발행된 다이너스 카드다. 우리나라는 1969년 신세계백화점이 신용카드를 발급했으나 소수의 회원만 사용하다가 1980년 비씨카드와 국민카드가 보급되면서 신용카드사용이 본격화 됐다.

현재 신용카드는 고객 맞춤형 카드로 발전하면서 3장 이상의 카드 소지자가 전체 카드소지자의 50%를 넘어선지 오래다. 2장 이상의 카드소지자도 전체카드소지자의 75%를 넘어서 생활 필수품이 됐다. 그러나 일부 가맹점들이 수수료를 낮춰달라며 시위를 하고 있다. 신용카드사는 수수료 수익이 공개되면서 몸살을 앓고 있다. 금융기관의 각종 수수료까지 공개되면서 수수료 인하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카드사들은 적립 포인트 및 할인혜택을 줄이는 등 서비스 폭을 줄이겠다고 밝히고 있다. 신용카드를 사용하면서부터 우리의 주머니 사정은 어떻게 됐을까? 우리의 보통 한 달 생활비를 생각해보자. 11월 카드로 사용하는 생활비는 몇 월에 번 돈으로 갚게 되는 것일까?

보통 그 달 사용하는 카드대금이 익월에 청구되기 때문에 12월 수입으로 결제를 하게 된다. 그러면 신용카드가 없을 경우 우리는 11월 생활비를 언제의 수입으로 사용하게 되는 것일까. 이때는 10월에 번 돈으로 11월 지출을 하게 된다. 갑자기 사정이 생겨 직장을 잃는다든가 운영하던 사업체에 문제가 생기면 채무불이행자가 되는 것이 너무 쉬워진 것이다. 신용카드사용이 생활화돼 있어도 우리는 가끔 이런 생각을 해보고 살아갈 필요가 있다. 그에 대한 대비책도 마련해둬야 한다. 세계 명품 회사들이 우리나라의 소비력을 보고 놀라고 있다. 과연 그럴 정도로 우리는 잘 살고 있는 것일까? 명품을 구입하고자 신용카드 돌려 막기를 하고 전당포에 명품을 맡기고 돈을 빌려 또 다른 명품을 구입하기도 하고, 명품을 구입하기 위해 대부업체에서 돈을 빌리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잘 살면 내가 노력한 것이고 못살면 사회 탓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잘 살고 못 살고는 돈을 얼마나 버느냐가 아니라 돈을 얼마나 잘 쓰느냐 일 것이다. 신용카드는 중요한 생활필수품이 아니라 언제나 버릴 수 있는 물건이 돼야 한다는 것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 노력하지 않고 좋은 복지만을 원할 경우 나라는 무너질 수 밖에 없다. 우리는 항상 노력하고 살아야 하며 그 노력이 바탕이 된 상태에서 좋은 복지가 나온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박수경 대한주부클럽연합회 충남지회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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