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휠러 “한국에 제주올레 같은 좋은 길 있을줄은 …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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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배낭여행자의 아버지 토니 휠러(Tony Wheeler·65·사진)가 한국을 대표하는 도보여행지 제주올레를 걸었다. 토니 휠러는 세계 최대의 여행 전문 출판사 ‘론리 플래닛’의 창업자로 ‘론리 플래닛’ 시리즈는 전 세계 도보여행의 바이블로 통하는 가이드북이다.

 토니 휠러는 7∼9일 제주도에서 열리는 ‘2011 월드 트레일 컨퍼런스’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했다. ‘월드 트레일 컨퍼런스’는 국내외 트레일 단체 21개가 참가하는 국제행사로 (사)제주올레가 주도해 지난해부터 열고 있다. 올해도 스페인의 산티아고 가는 길, 뉴질랜드의 밀포드 트랙, 미국의 애팔레치안 트레일 등 해외 트레일 9개와 제주올레·바우길·지리산둘레길 등 국내 트레일 12개가 참가했다.

 토니 휠러는 6일 제주에 들어오자마자 제주올레 7∼8코스 일부를 걸었다. 7일엔 컨퍼런스에 참가했고 8∼10일 제주올레를 또 걸을 계획이다. 토니 휠러는 “이번이 세 번째 방문인데 한국에 이렇게 아름다운 길이 있는지 몰랐다”며 “‘론리 플래닛 한국편’에 제주올레가 꼭 실리도록 힘쓰겠다”고 약속했다. 제주올레를 걸은 소감부터 들었다.

 “해안선이 특히 예뻤다. 걷기여행은 걸으면서 감상하는 경치가 중요한데 제주올레는 훌륭한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허름한 식당에서 먹은 국수 맛도 잊을 수 없다.”

 - 요즘 한국은 걷기여행이 인기를 끌면서 환경파괴 논란마저 일고 있다.

 “내 생각은 다르다. 사람은 어떤 방식으로든 환경에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걷기여행은 가장 부드럽게 환경에 영향을 끼치는 여행 방식이다.”

 - 걷기여행의 매력은 무엇인가.

 “난 20년 전부터 1주일에 한 번씩 트레일을 걷는다. 걷는 건 다른 존재를 만나는 방법이다. 사람일 수도, 자연일 수도 있다. 속도를 늦추면 사물의 아름다움을 더 많이 만나게 된다.”

 - 한국은 올해 외국인 방문객 1000만 명을 바라보고 있다. 관광대국을 꿈꾸는 한국 정부에게 조언을 한다면.

 “한국에 1년에 1000만 명이 방문한다고? 놀라운 수치다. 전혀 몰랐다. 관광은 경제적으로 중요하다. 그러나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여행은 사람을 만나는 기회를 얻는 일이다. 내 기억에 한국은 매우 친절한 나라였다. 이런 이미지를 계속 지켜 나가길 바란다.”

 인터뷰 말미에 “여태 가본 곳 중에서 어디가 가장 좋으냐?”는 농담 섞인 질문을 던졌다. 그는 한바탕 웃어 젖히더니 시원하게 대답했다. “파리와 콩고. 파리는 모든 사람이 여행을 가고 싶어하는 곳이고, 콩고는 아무도 여행을 가고 싶어하지 않는 곳이어서다.”

글·사진=손민호 기자

◆토니 휠러=1946년 영국 출생. 72년 부인 모린과 함께 떠난 아시아 대륙 횡단 여행의 경험으로 배낭여행 가이드 ‘론리 플래닛’을 내면서 여행출판 사업에 뛰어 들었다. 현재 ‘론리 플래닛’은 세계 118개 국 650여 권이 발간됐으며 해마다 700만 부 이상 판매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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