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덕여왕의 강인함을 춤으로 표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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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최초의 여왕이었던 선덕여왕이 지닌 강인함을 그리는 데 중점을 두었습니다."

지난 12년 동안 다양한 여성의 삶을 다룬 작품을 주로 발표해 온 현대무용가 황미숙(40·사진)씨가 선덕여왕의 생애를 그린 새 작품을 무대에 올린다.

7월 4~6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공연하는 〈선덕〉이다.

"역사적인 인물의 삶을 현대무용으로 표현한다는 게 생소할 수 있지만 선덕여왕이 워낙 대단한 인물이라 욕심을 부렸습니다."

세 가지 기미를 미리 알았다는 지기삼사(知機三事)의 현명함을 바탕으로 삼국통일의 기반을 닦은 능력있는 왕이었으며, 평생 독신으로 살았지만 '지귀설화'로 알려져 있듯 여성적인 아름다움 또한 갖추고 있는 인물이라는 것. 이미 이사도라 던컨의 생애를 춤으로 만든 1989년작 〈이사도라〉, 나혜석·김일엽·윤심덕 등 여성 선각자 3인을 다룬 96년작 〈선각〉 등 다양한 분야의 여성 선구자를 다뤄온 황씨인지라 더욱 선덕여왕에 매료됐다.

"제 자신이 여자이므로 여성 문제에 관심이 많을 수밖에 없죠. 특히 전업주부의 일상, 모녀간의 갈등 등 여자들의 삶의 방식에 대해서는 하고 싶은 얘기가 많아요."

다양한 여성 문제를 춤으로 표현하다 보니 페미니즘에도 관심을 갖게 됐지만 페미니스트 무용가로 분류하는 것에는 반대다. 표현에 한계를 지니게 된다는 것이다.

"춤을 추다보면 여성 뿐 아니라 인간을 얘기하고 싶어진다"는 황씨는 자신의 춤에는 "여성들에게는 각성을 촉구하고, 남성들에게는 자신들의 경험하지 못하는 여성만의 삶을 간접적으로나마 느껴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말한다.

내년에는 작품세계의 지평을 '공간'으로 넓혀 함성호 시인의 시 '푸른 직육면체'를 모태로 한 작품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이화여대·대학원 무용과를 졸업한 황씨는 용인대·서원대 강사로 출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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