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귀족노조 고임금은 노사담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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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현대차 울산 공장은 생산직 1만9500명이 주야간조로 절반씩 나눠 일한다. 주간조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야간조는 오후 9시부터 오전 6시까지 주야간 2교대를 실시 중이다. 하지만 주간조의 대부분은 오전 8시쯤 일을 시작해 오후 6시가 넘어야 하루 일과가 끝난다. 야간조 역시 오후 6시쯤 투입돼 오전 8시까지 연장근무를 하는 날이 많다. 그래서 주당 평균 연장근무시간만 4시간40분~6시간15분에 달한다. 여기에 매주 주말에는 하루씩 나와 8시간 이상 일한다.

 고용노동부는 이 같은 현대차의 근무시간을 ‘노사가 담합해 장시간 일하고 고임금을 받는 구조’라고 결론 내렸다. 노사가 신규 채용을 미룬 채 근로자는 연장·휴일근무수당을 독차지해 높은 임금을 받고 사측은 시설 투자를 게을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고용부는 6일 현대·기아·한국GM·쌍용·르노삼성차 등 5개 자동차업체를 상대로 실시한 ‘완성차업체 근로시간 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 결과 자동차업계에는 연장근무와 휴일특근이 일상화돼 있었다. 또 독일이나 일본 같은 선진국에선 폐기된 주야간 2교대제가 고수되고 있었다. 고용부 권태성 근로개선정책과장은 “5개 업체 모두 지나친 연장근무와 휴일특근 등 근로기준법 위반이 적발됐다”고 말했다. 그는 “연장근무나 휴일특근을 하면 평소보다 최대 300% 넘는 임금을 받는다”며 “일거리는 많은데 신규 고용은 하지 않고 기존 근로자가 높은 수당을 챙기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동차 5개 업체 근로자의 평균 근무시간은 55시간으로 전체 임금 근로자(평균 41시간)보다 14시간 더 길었다.

 5개 업체에는 주야간 2교대제가 지속되고 있다. 고용부 박종길 근로개선정책관은 “주야간 2교대제는 생산성이 낮을 수밖에 없다”며 “국내 자동차업체의 생산성이 해외 업체에 뒤지는 근본적인 이유”라고 말했다.

 고용부는 5개사에 근로개선 계획서 제출을 요구하고 연장근로 한도(주당 12시간)를 위반하면 모두 사법처리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5개 자동차업체는 “자동차산업은 차종별 수요 변동이 민감하고 고정비 비중이 높은 장치산업이라 단기간 내 설비투자와 인력투입이 어려워 연장근로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 측은 “세계 자동차 시장의 경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연장근로에 대한 엄격한 법 적용이 이뤄질 경우 국내 물량은 축소하고 해외 생산을 확대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장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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