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추돌인가, 충돌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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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그들은 말했다. 갑자기 덮친 안개 탓이라고. “한 치 앞도 안 보였어요. 앞차를 받고야 정신이 들었죠. 그 순간 뒤차가 와서 들이받는 거예요. 연이어 차가 부딪치는 소리가 났어요.” 중국의 한 고속도로에서 차량 137대가 일으킨 사고다.

정황상 이 교통사고는 추돌로 인한 것일까, 충돌로 인한 것일까? “짙은 안개로 137대의 차량이 연쇄 추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와 같이 말하는 게 바르다.

‘추돌’과 ‘충돌’은 둘 다 무엇과 무엇이 부딪히는 것을 뜻하지만 그 방향성에 차이가 있다는 걸 알면 이해하기 쉽다.

자동차나 기차 따위가 뒤에서 들이받는 것을 가리키는 말은 ‘추돌(追突)’이다. 대개 같은 방향으로 진행 중인 앞차를 뒤에서 받았을 경우에 사용한다.

“질주하던 택시가 급정차하면서 뒤따르던 버스 두 대가 잇따라 들이받는 사고가 났다” “승용차가 눈길에 미끄러지면서 앞서 가던 차량을 뒤에서 들이받아 운전자가 크게 다쳤다”와 같은 경우 모두 ‘추돌’ 사고로 볼 수 있다.

‘충돌(衝突)’은 서로 맞부딪치는 것을 의미한다. 다른 방향으로 진행 중인 두 물체가 부딪칠 때 사용할 수 있다.

“빙판길에 미끄러진 승용차가 중앙선을 넘으면서 마주 오던 트럭과 충돌했다” “갓길에서 역주행하던 오토바이가 빗길에 미끄러진 화물차와 정면으로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와 같이 쓰인다.

‘충돌’은 물리적으로 맞부딪칠 때 이외에 “의견 충돌”이나 “무력 충돌”처럼 생각이나 입장, 힘이 맞섬을 나타낼 때에도 쓴다. 그에 반해 ‘추돌’은 주로 교통수단과 관련해서만 사용한다.

이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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