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업계, 캔디와 껌등 제과시장 공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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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업계와 제과업계가 캔디와 껌 시장에서 격돌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제과업계의 탄탄한 텃밭인 캔디와 껌시장을 제약회사들이 공략하고 나선 것이다.

일부 제약업체들은 약국 뿐 아니라 편의점까지 제품을 깔면서 제과회사의 안방을 넘보고 있다.

비상이 걸린 제과회사들은 기능성을 강화한 제품개발에 열을 올리면서 수성(守城)에 부심하고 있다.

제약업체들은 캔디에 성장발육이나 건강에 좋은 성분을 많이 넣었다는 점을 은근히 내세운다. 단순한 군것질용이 아니라는 것이다. 제과회사의 캔디 제품이 달아 충치를 유발할 지 모른다는 주부들의 막연한 걱정을 부추기면서 '영양 캔디' 라는 개념을 부각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삼아약품은 '노마F' 라는 캔디를 지난해 1백억원 어치나 팔았다. 제과회사들이 만드는 어린이용 캔디 중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크라운제과의 '땅콩카라멜' 매출(1백10억원)에 육박하는 실적이다.

크라운제과의 인기 캔디 '새콤달콤' 의 지난해 매출은 80억원, 롯데제과에서 어린이용 캔디 1위인 '쭈쭈봉' 의 매출은 90억원이었다.

종근당은 3~6세의 유아시장 선점을 노리고 '롱키본 키드' 캔디를 출시했고 꼬마깨비(일동후디스).빅롱키(광동제약).둘리츄잉정 및 날아라슈퍼보드츄잉정(일진제약).미니텐텐(한미약품).롱키드(안국약품) 등의 유사제품들이 줄줄이 쏟아져 나왔다.

롯데제과의 조경수 마케팅팀장은 "최근 제약업체들이 제과회사를 겨냥해 영양제와 비슷한 형태의 캔디제품을 많이 내놓고 있다" 며 "영양을 강조한 제품개발을 서둘러 제약업계의 시장잠식에 맞설 계획" 이라고 말했다.

삼아약품의 'C포켓' 과 청계약품의 'C메이져' 등은 비타민C를 함유한 알사탕 모양의 정제로 롯데제과 'C박스' 와 일전을 벌이고 있다. C메이져가 약국에서 편의점까지 진출하자 롯데제과는 C박스를 약국에 공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유한양행은 '바이탈씨/F' , 유유산업은 '유판씨' 를 내놨다. 경남제약의 비타민제 레모나는 매출이 연간 60억원으로 롯데제과의 '실비아' 와 경합하고 있다.

껌 시장에서도 두 업계가 충돌하고 있다. 새한제약은 잇몸질환 예방과 프라그 제거 등 구강청결 기능을 가진 '구청껌' 을 내놓았다. 치과 전문컨설팅업체인 호치는 1백개에 1만원인 '자일리톨100' 이란 껌을 치과병원에서 판매하고 있다.

제과업계에서는 롯데제과가 자일리톨.후라보노껌으로, 해태제과는 덴티Q.가글민트껌, 동양제과는 후라보노.샤워껌으로 시장방어에 부심하고 있다.

목캔디는 롯데제과의 히트작인 '목캔디' 가 연간 매출 1백20억원으로 시장을 잡고 있으나 보령제약의 '목사랑' 캔디가 편의점을 파고들면서 롯데의 아성을 넘보고 있다. 동아제약은 수입품 '프리스크' 로 공격 중이다.

제약업체의 어린이 음료시장 진출도 활발해 광동제약은 꼬마 사오정, 대웅제약은 영웅젤리를 내놨다.

업계 관계자는 "약국 유통망을 등에 업고 있는 제약업체들의 기능성 식품시장 진출이 최근 들어 부쩍 활발해졌다" 며 "식품과 약품의 원천기술이 비슷해 제약업체들이 쉽게 진출할 수 있는 데다 건강 이미지를 내세워 제과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고 말했다.

이종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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