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 어린이 12년째 악기 만들어줘 … 그 악기로 연습한 82명 서울 연주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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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상처 받은 어린이들이 악기를 배우면서 밝아지는 걸 보면 정말 행복합니다.”

 어린이 오케스트라 단원 82명이 4일 서울 충정로의 한 공연장 무대에 섰다. 바이올린·비올라·첼로 등 아이들이 들고 나온 모든 악기는 홍의현(41·사진)씨가 만들어준 선물이었다.

 “시골에 살면서 집안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은 나처럼 어린 시절 악기를 만져볼 기회가 거의 없죠. 그래서 시작한 후원인데 아이들이 고마워하는 눈빛을 보면 제가 더 기분이 좋아요.”

 전남 목포시에서 악기점을 운영하는 홍씨는 1999년부터 매년 100여 대의 악기를 직접 만들어 어린이들에게 선물하고 있다. 초등학교 3~6학년의 보육원·저소득층 아이들이 그 대상이다. 지난해 10월엔 이들을 모아 어린이재단 후원으로 ‘초록우산 드림오케스트라’를 창단했다. 그리고 매주 2회씩 목포의 한 폐교에 모여 연습을 시작했다. 연습이 진행되면서 성격을 억누르지 못해 폭력을 자주 쓰던 아이는 집중력이 늘고 차분해졌다. 내성적이었던 어린이는 “예뻐해 주셔서 고마워요”라며 홍씨에게 먼저 말을 거는 횟수가 늘었다. 홍씨는 “정말 변할 것 같지 않던 아이들이 바뀌어가는 모습에 마음이 뭉클할 때가 많다”며 “이들이 마음의 상처를 이겨내는 데 도움을 주는 것 같아 뿌듯하다”고 말했다.

 이날 어린이들은 작은별 변주곡·넬라판타지아 등 1년 동안 연습한 9곡의 음악을 연주하며 실력을 뽐냈다. 지난 여름 에어컨과 모기장도 없는 곳에서 더위를 참아가며 연습한 결과다. 홍씨는 “아이들이 꿈에 그려왔던 서울 무대 공연”이라며 “어린이들이 키운 재능을 나중에 다시 어려운 이들에게 돌려줄 수 있도록 꾸준히 돕겠다”고 했다.

최선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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