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우리 회사 ‘또라이’ 떠나는 날, 그날이 제2 창립기념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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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당신과 조직을 미치게
만드는 썩은 사과
미첼 쿠지, 엘리자베스
홀로웨이 지음
서종기 옮김, 예문
335쪽, 1만4500원

상자 속의 썩은 사과를 방치했다가 다른 사과까지 전부 못먹게 되버린 경험이 있는가? 직장에서의 ‘썩은 사과’도 마찬가지다. 뒤통수를 치는 이중인격에, 업무에 괜한 트집을 잡고, 남의 공적을 가로채는, 이른바 회사 내의 ‘꼴통’ ‘또라이’로 통하는 인물들이다. 어느 일터에나 있기 마련인 이런 썩은 사과 때문에 다른 직원들의 출근길은 무겁기만 하다.

 저자들은 조직개발 컨설턴트와 심리학자다. 이들은 포춘지 선정 500대 기업의 경영진·부서장 등 400여 명을 대상으로 인터뷰와 설문조사를 벌여 썩은 사과의 행동패턴을 분석하고, 이들로 인한 조직의 피해를 살폈다. 저자들의 썩은 사과에 대한 시각은 잔인할 정도로 비판적이다. 썩은 사과는 두얼굴을 가지고 있고, 직장 분위기를 망치며, 손실을 가지고 오고, 심지어 오랜 기업을 하루 아침에 파산시키기도 한다. 저자들은 “많은 리더들이 충고와 조언으로 썩은 사과를 교정하려 하지만, 대부분 실패하게 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하지만 의문은 여전하다. 그렇다면 썩은 사과를 해고하는 게 빠른 길일까? 만일 썩은 사과의 능력이 출중하다면? HR(인적자원) 전문가들에게 이들을 맡긴다면 어떨까?

 저자들은 조직 문화와 시스템 개선에서 해답을 찾는다. 사과상자를 뜯어 고쳐 썩은 사과가 붙어 있을 공간을 만들어주지 않으면 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상사·동료·부하직원·고객이 함께 참여하는 평가 시스템을 도입하고, 직속상사 위의 상사에게 보고하는 시스템을 갖추며, 조직원들이 공감하는 가치관과 행동기준을 마련할 것 등을 구체적인 대안으로 제시한다.

 책이 담은 주제의 특성상 거대담론을 펴는 기업 컨설팅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이를 보완하는 게 인터뷰에 응한 기업인들의 생생한 육성증언이다. 그들의 발언을 직접 인용해 소개한 피해 사례와 해결방법에 고개가 끄덕여지곤 한다. 특히 이 문구는 마음을 울린다. “그 인간 떠나는 날이 제2의 창립기념일이다”

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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