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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칼럼] ‘뉘’는 쭉정이가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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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박소정

‘바람직한 교육’이란 무엇인가? 모든 사람을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일 것이다. 교육자로서 우리는 상대가 누구이든 사람에 대한 진정한 애정과 신뢰를 가져야 하고 우리가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할 대상은 소외된 사람들에 대한 관심이다.

‘뉘’라는 말이 있다. 쌀 속에 등겨가 벗겨지지 않은 채로 섞인 벼 알갱이를 말한다. 옛날 어머니들은 밥을 하기 전에 정미 과정에서 껍데기가 벗겨지지 않은 ‘뉘’를 쌀 속에서 골라냈다. 골라낸 ‘뉘’는 그냥 버리지 않고 한 곳에 모았다가 이를 절구에 넣고 찧어서 하얀 쌀로 만들어서 먹었다.

많은 쌀 속에 섞여 드문드문 발견되어지는 ‘뉘’가 잘못하여 그냥 사람 손에 의해 버려졌을 수도 있었지만, 이를 하얀 쌀로 탈바꿈 시킨 것은 순전히 한 톨의 식량이라도 아끼고자 하는 어머니의 소중한 생각과 귀한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여겨진다.

교육 현장에서도 이와 비슷한 논리를 적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소수의 문제 학생, 부진학생들도 그냥 방치하지 않고 선생님의 특별 지도와 관리를 통해서 새로운 학생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

쌀 속에 들어있는 뉘가 쭉정이가 아니라 속이 꽉 찬 벼인 것처럼, 소외된 학생들도 우리가 관심과 사랑을 가지고 조기에 발견해 지도한다면 얼마든지 훌륭한 학생으로 탈바꿈할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바람직한 교육이란 바로 우리가 소외되고 무시당하기 쉬운 학생들을 적극적으로 찾아 무한한 애정과 관심을 심어줘서 새로운 사람으로 변화시켜주는 것이다. 초등학교에서부터 모든 학생들에게, 특히 소외되고 부적응하는 학생들에게 다양한 동기와 자극을 부여하여 스스로 원대한 꿈과 포부 수준을 갖도록 지도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바람직한 교육이란 바로 이 소수의 소외된 학생들에게도 무한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는 희망과 비전을 심어주는 것이다. 옛 어머니들이 ‘뉘’를 버리지 않고 소중한 마음으로 그릇에 모아 방아를 찧어 하얀 쌀을 만들었듯이, 소외된 학생들 속에 감추어진 소질과 재능을 밖으로 드러나도록 발굴하고 지도하는 것은 우리 교육자에게 주어진 중요한 미션이고 무겁게 짊어지고 가야 할 책무다.

이러한 책무성은 학교에 있는 교육자만의 몫은 아니다. 가정, 학교, 지역사회를 비롯한 우리사회 구성원 모두의 사명이다. ‘뉘’가 쭉정이가 아니듯이, 소외 학생들, 부적응하는 학생들도 우리의 꿈이요, 희망이라는 믿음을 줄 수 있도록 사회 공동체 모두가 교육자라는 자세가 절실히 요구된다 하겠다.

김태열 천안신용초등학교장(천안·아산독자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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