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는 곧 죽어도 인터넷인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벤처가 성공 시대를 구가하는 요즘, ‘벤처기업’이라고 하면 우리는 너무나 익숙하게도 인터넷을 떠올리는 것 같다. 물론 성공한 벤처기업들 중 상당수가 인터넷 사업으로 돈을 벌었기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벤처기업=인터넷’이라는 등식을 머리 속에 가지고 있다는 것은 좋게 얘기하면 누구나 꿈을 가지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무슨 얘기냐 하면, 돈이나 학벌 등의 배경이 성공의 가장 큰 요소가 되는 사회에서 인터넷은 그런 조건을 가지지 못한 사람에게도 성공을 보장하는 기회의 땅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용기와 도전정신으로 성공을 이룬 벤처기업’이라고 하면 너무나 당연하게도 인터넷을 떠올리게 된다는 것이다.

과연 벤처기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인터넷뿐인가? 대답은 ''아니오''이다. 정보통신 사회의 근간이 되는 네트웍 장비만을 고집스럽게 개발하면서 고생 끝에 성공을 이룬 기업도 있고(대기업들은 개발해봐야 외국 기업에 뒤질 뿐이라는 생각만 하는 상황에서 이들은 정말 애국자가 아닐 수 없다.), 마우스 안에 장착할 수 있을 정도로 작은 지문인식 모듈을 개발해 세계 최고의 위치에 오른 벤처기업도 있다. 그러나 이것이 오늘 하고자 하는 얘기는 아니다. 중요한 것은 인터넷만 바라보아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더 정확히 말한다면 ‘인터넷만으로’는 성공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이 오늘의 주제다.

돈도 없고, 특별한 독자 기술도 없는 사람이 아이디어만 가지고도 뛰어들 수 있는 시장이 인터넷이기는 하지만 그 아이디어가 인터넷 상의 사업에만 그친다면 성공확률은 그리 높지 않을 지도 모른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인터넷에서만 할 수 있는 사업이라는 게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인터넷 사업이라는 것이 대기업에서 하는 포탈사이트나 대형 쇼핑몰 같은 것을 제외하면 대부분 틈새 시장, 즉 남들이 쉽게 눈을 돌리지 않는 부분을 먼저 차지함으로써 성공을 이루고자 시작하게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남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하는 틈새 시장이라는 것이 인터넷 사업에 뛰어드는 사람마다 하나씩 나누어 가질 수 있을 만큼 그리 흔하게 널려 있겠는가? 정말 인터넷 사업으로 성공하고 싶다면, 이를 위해서 남들이 보지 못하는 틈새 시장을 발굴해 내고자 있다면 그 해답은 실물 경제의 시장과 인터넷의 결합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쉽게 표현한다면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너무나 당연하게 사용하는 것들 가운데 지금까지 인터넷에서 구할 수 없었던 것을 인터넷에서 유통시키는 것’쯤으로 얘기할 수 있을까?

내가 아는 사람 중에 음악과 관련된 벤처기업을 운영하는 이가 있다. 아직 서른도 채 되지 않은 그는 몇 년 전 조PD를 발굴해 기발한 마케팅 전략을 세워 스타덤에 오르게 만든 장본인으로도 제법 이름이 알려져 있는데 그의 가장 큰 원칙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철저하게 결합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그가 진행하고 있는 사업은 외모나 재력 등의 조건 때문에 가수의 꿈을 접어야만 하는, 실력있는 젊은이들을 발굴해 가수의 길을 열어주는 것이다. 테스트를 거쳐 재능이 있다고 판단되면 녹음실에서 작업을 한 뒤 이를 MP3 파일로 만들어 자신이 운영하는 사이트의 회원들에게 무료로 다운로드해 주는데 이렇게 온라인에서 인기를 얻으면 오프라인에서의 성공 가능성도 커진다는 전략이다. 10대들로서는 남들이 잘 듣지 못하는 음악을 접할 수 있는데다가 자신이 이미 알고 있는 가수가 신인 가수로 방송에 소개된다는 것 자체가 큰 매력이므로 상당히 좋은 발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음악성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수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준다는 점에서도 벤처의 정신에 투철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그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이를 철저하게 실제 음반 시장과 연결시키고 있다. 자신이 발굴해 MP3 파일로 인기를 얻은 가수가 실제 음악 시장으로 진출할 경우 그 가수의 음반 판매에 대한 권한을 자신이 갖는다는 것이다. 멤버십 사이트에 머무는 것은 그리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그는 모든 인터넷 사업은 오프라인에서 통용될 수 있어야 성공할 수 있다고 얘기한다. 오프라인에서 시작해 온라인에도 퍼지는 것이 아니라 ‘온라인에서 시작해 오프라인에 내놓겠다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온라인 때문에 오프라인이 더 즐거워져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필자의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인터넷 사업이 젊은 사람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젊은 사람이 더 아이디어가 좋고 신선한 발상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실물 사회에서의 경험 면에서는 어쩌면 많은 부분에서 부족할 지도 모른다. 오히려 그런 점에서 한가지 분야에서 오래 일을 해 온 사람이라면 나이가 많건, 적건 관계없이 인터넷 사업으로 성공할 수 있다고 본다.

관건은 자신이 지금까지 해 온 일을 어떻게 인터넷에 잘 결합시키느냐에 달려 있을 것이다. 청계천 상가에서 공구 상가를 하고 있는 사람이 인터넷에서 이를 유통시키는 사업을 하는 것은 어떨까? 전자상거래 솔루션이나 여러 분야의 인력을 구비하는 등 자본이 문제가 될 수도 있겠지만 요즘은 운영자 한 사람만 있으면 지불이나 보안 문제뿐만 아니라 고객에게 보낸 물건이 어디까지 가고 있는지를 한눈에 점검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가 몇십만원대의 저렴한 가격에 나와 있기도 하다.

누구나 인터넷으로 성공할 수 있다. 하지만 인터넷만으로 돈을 번다는 생각은 버리도록 하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