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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아이다' 독일 공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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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한 박물관의 이집트관. 서로 모르는 사이인 젊은 남녀가 유독 한 전시품에 관심을 갖는다. 두사람이 전시품에 빠져 있는 동안 옆 진열장에서 고대 이집트 왕국의 공주 암네리스가 걸어나와 이집트 장군 라다메스와 이집트의 침공을 받았던 누비아의 공주 아이다와의 전설적인 사랑이야기를 들려준다. 잠시 후 두 남녀는 라다메스와 아이다의 현대적 분신이었음이 밝혀진다. 두 사람이 바라보던 전시품은 수천년 전 자신들이 함께 묻혔던 돌무덤이었던 것이다.

8월부터 서울 LG아트센터에서 8개월간 장기 공연되는 브로드웨이 뮤지컬 '아이다(사진)'는 소문대로 볼거리 많은 작품이었다. 독일 북서부의 작은 도시 에센에서는 1년 6개월째 '아이다'가 상연중이다. 2차 세계대전때 군수 공장이었던 건물을 초현대식 공연장으로 개조한 콜로세움 씨어터에서 펼쳐지는 공연은 매회 관객들의 기립박수를 받을 정도다. 17일 공연에서도 '아이다'의 매력은 고스란히 드러났다. 독일과 한국 공연 모두 라이선스로 제작되는 것이어서 배우들이 바뀌는 결정적인 차이는 있지만 공연의 '실체'를 파악하는 데는 충분했다.

우선 변화무쌍한 조명과 화려하고 독특한 디자인의 의상, 깜짝쇼처럼 예기치 못한 장면을 연출하는 세트 변환 등이 눈길을 잡아끌었다. 특히 암네리스 공주가 등장하는 목욕탕 장면에서는 두 명의 여배우가 와이어에 매달려 무대 위를 날아다니며 탕 속에서 목욕하는 장면을 연기했다.

엘튼 존과 팀 라이스가 합작한 음악도 다양한 감흥을 전달했다. 음악감독 폴 보개이브는 "작곡가 엘튼 존은 '아이다'에서 다양한 스타일의 록음악을 시도했다. 암네리스의 노래는 대체로 1960년대 인기를 끌었던 미국 모타운 레코드사의 음악을 연상시키는 반면 아이다가 부르는 'The Dance of The Robe'는 클래식 냄새가 짙다"고 설명했다.

보편적인 인간 감정에 호소하는 스토리 전개도 '아이다'의 성공 요인일 것 같다. '아이다'는 2년 반 공연하면 성공이라는 브로드웨이에서 만 5년 넘게 장기공연했다. 협력 연출을 맡은 케이스 배튼은 "숙명적이면서도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가 여러나라의 팬들에게 먹혀드는 것 같다"고 말했다. 라다메스와 아이다 모두 사랑과 조국애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물들이다.

이날 뮤지컬 관람은 아이다역을 맡은 문혜영, 암네리스 공주역을 맡은 배해선, 라다메스 장군역을 맡은 이석준.이건명 등 한국배우들도 함께 했다. 이건명씨는 "조명 등 무대 메커니즘에서 거의 완벽에 가까운 작품이다. 관건은 배우들"이라며 "연기.노래 모두에서 독일 배우들 못지 않을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에센(독일)=신준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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