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부 5년 미적 … 한번에 30%P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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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경비원은 주로 60세 이상 연령대가 취업한다. 최저임금법이 1987년 제정됐으나 그간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 이유는 경비원 등 감시·단속 근로자들이 상대적으로 고령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해서다. 이들의 생계비 보장 차원에서 최저임금을 적용하다 보면 고용주가 아예 고령자들을 고용하지 않는 딜레마에 빠지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는 이 때문에 2007년 최저임금법 시행령을 개정해 최저임금을 단계적으로 상향 조정토록 했다. 2007년에 최저임금의 70%를 적용하고, 2008년 80%, 내년 초부터 100%를 적용한 것이다. 이렇게 되면 급격한 임금 증가에 따른 대량해고를 어느 정도 피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 것이다.

 문제는 고용부가 시행령을 바꾼 이후 별다른 대책을 세우지 않은 채 시간만 보냈다는 점이다. 이러는 사이 각 아파트들은 경비원들의 임금을 올려주지 않는 대신 임금을 주지 않아도 되는 휴식시간을 늘렸다. 24시간 중 일하지 않는 시간으로 간주되는 휴식시간은 2007년 3시간 미만이었으나 2011년 현재 6시간30분으로 늘어났다. 인천대 김동배 교수는 “최저임금은 올랐지만 임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되는 휴식시간도 계속 늘어났기 때문에 임금은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됐던 것”이라고 말했다.

 더 이상 휴식시간을 늘리면서 임금을 올려주지 못하는 것도 한계에 도달했다. 휴식시간을 더 늘릴 경우 경비업무에 공백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휴식시간을 늘려 막아온 임금인상이 내년 최저임금제 100% 적용 시점에서 걷잡을 수 없이 터져 나오게 된 셈이다.

 고용부가 내년 시행될 최저임금 100% 적용에 대해 머뭇거리고 있는 것도 현장의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시행 시점이 불과 두 달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고용부는 법대로 시행할지, 일정 기간 시행을 유예할지 결정하지 못한 상황이다. 전국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 채수천 경기도연합회장은 “전국의 대부분 아파트단지가 내년 경비 예산을 짜지 못하고 있다”며 “정부가 시행 5~6개월 전에는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하는데 아직도 머뭇거리고 있다”고 말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아파트 입주민이 경비원의 고용주인 셈”이라며 “고용주와 근로자 간 계약에 정부가 쉽게 개입할 수 없는 문제점도 있다”고 말했다.

이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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