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맨 19명 … 참여연대 출신 줄인 까닭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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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왼쪽)이 1일 서울 정부 중앙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 시장, 김도연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위원장, 최시중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최승식 기자]

박원순의 사람들이 첫 활동을 시작한다. 2일 서울시 예산 자문회의부터다. 위원 19명은 예산 편성 시한(11일)이 촉박해 당장 모을 수 있는 사람으로 꾸렸다. 박 시장과 가까운 사람들이다. 이들의 색깔이 ‘박원순표 정책’의 방향을 보여주는 가늠자가 될 수 있다.

19명의 생각은 제각각이었다. 단일 정강을 가진 당이 아닌 ‘시민 후보’로 당선된 박 시장이기에 싱크탱크가 지향하는 스펙트럼도 넓었다. 다만 ‘변해야 한다’는 방향성에서는 일치했다.

 대체로 진보 성향이지만 ‘운동권’ 인상이 강한 사람은 빠졌다. 안진걸(전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조직팀장) 참여연대 민생희망팀장이 대표적이다. 정식 자문단인 ‘희망서울기획위원회(50여 명)’에는 선거 캠프에 속하지 않은 인사가 대거 추가돼 외연은 더 넓어지게 된다. 서왕진 서울시 정책특보 내정자는 “비서진을 빼고는 참여연대 출신의 참여는 아주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예산 자문위원 19명은 ‘386세대’에 속하는 40대가 15명, 50대가 4명이었다. 7명은 학계 인사고, 나머지는 직간접적으로 시민단체에서 활동해 온 인물들이다. 홍헌호 시민경제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은 ‘복지 확대와 토목공사 줄이기’를 최고 정책방향으로 꼽았다. 영리병원 반대(조경애), 무상급식 찬성(김현국) 활동을 해 온 인사도 포함됐다.

 서두르지 않고, 차근차근 갈 것이라는 목소리는 교수 그룹 쪽에서 나왔다. 오충현 동국대 바이오환경공학과 교수는 “재정 상황과 임기(2년8개월)를 감안하면 다 할 수는 없다. 마무리를 잘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시의 일부 환경 정책은 환경부보다 낫다”고도 했다. 과거 성과를 무조건 부정하지는 않는 모습이다. 변창흠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는 “주택 분야에서 시장 역할은 제한적”이라고 진단했다. 박 시장도 “저희(시민단체)는 늘 바깥에서 비판만 하는데 들어와서 보면 힘든 점이 많이 있다”고 말했다.

 “좌우 중 어느 쪽이냐”는 질문에 자문위원 절반은 “그런 분류는 의미가 없거나 틀렸다”고 답했다. 김수현 세종대 도시부동산대학원 교수는 “그런 분류법 때문에 이번 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졌다”고 말했다. 입장을 밝힌 6명 중 세 명은 ‘가운데서 약간 왼쪽’, 두 명은 ‘중간’이라고 답했다. 정창수 좋은예산센터 부소장은 “나는 굉장히 보수적”이라고 말했다.

 노무현 정부에서 일한 인사들은 나서기에 신중했다. 2005년 ‘8·31 부동산 대책’을 주도했던 김수현 교수는 “시 집행 조직이 있는데 옆에서 나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을 아꼈다. 허선 순천향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취재 요청에 “기자한테 덴 적이 있어서 (통화 내용을) 녹음하겠다”고 말했다.

글=김영훈·전영선·최모란 기자
사진=최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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