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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거티브 성공률 50% 이상 … 양당 정치서 위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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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유권자들이 네거티브(선거 캠페인)를 싫어한다고? 천만의 말씀. 그들은 정치판의 추악한 중상모략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러나 연구 결과는 정반대다.”

 미국의 네거티브 전문가 커윈 스윈트(Kerwin Swint·49·사진) 조지아주 케네스 주립대 정치학 교수는 잘라 말했다. 그는 “민주주의 발전에 상관없이 네거티브를 없애기란 매우 어렵다”며 권위 있는 언론의 사실 확인 작업을 유용한 해법으로 제시했다. 서울시장 선거가 끝난 직후인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스윈트 교수를 전화 인터뷰했다.

 -최근 진행된 한국 선거에서 네거티브 논란이 극심했다. 왜 선거는 늘 이런가.

 “미국이든 한국이든 선거는 똑같다.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 정보가 반대 성격의 정보(특정 후보에 긍정적인 내용을 담은 정보)보다 훨씬 더 큰 파괴력이 있기 때문이다. 네거티브는 곧바로 유권자와 언론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는다. 선거 전략가들이 후보에게 ‘네거티브를 활용하라’고 부추기는 이유다.”

 -네거티브 선거 캠페인을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진실이 아닌 것에 기초한 허위사실 유포, 이게 극단적인 형태다. 후보의 특정 언행에 대한 의도적인 왜곡, 문맥을 생략한 교묘한 인용, 수치를 흐리게 해 부정확하게 만들기, 현재와 다른 과거 발언의 집중적인 언급 등이 네거티브다. 흥미로운 것은 후보 측에선 늘 네거티브의 범주를 좁게 잡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중상모략꾼이란 말을 듣지 않고선 한마디도 할 수 없다고 불평한다.”

 -네거티브 캠페인은 성공할 가능성이 큰가.

 “물론이다. 내 연구 결과에 따르면 성공률이 50% 이상이다. 선거는 이슈 잡기 싸움이다. 유권자들이 관심을 가지는 이슈를 잘 잡고, 지나치게 지저분하게만 흐르지 않는다면 (네거티브를 퍼뜨린 후보가) 비난이나 책임을 뒤집어쓸 가능성은 매우 작다.”

 -네거티브는 나쁘지만 후보에 대한 검증은 필요하다. 어떻게 다른가.

 “자기와 상대 후보를 비교해 자신의 주장을 내세우면 된다. ‘나는 그와 이렇게 다르다’고 말할 수 있다. 그게 후보 측이 유권자들에게 제시할 수 있는 검증이다. 그러나 비교를 넘어 의도적으로 상대 후보의 지지를 깎아내리려는 의지에서 비롯된 언행들은 네거티브로 직결된다.”

 -네거티브가 잘 먹히는 사회가 있나.

 “언론의 자유 등 민주주의의 발전과 네거티브의 쇠퇴는 별 관련이 없다. 다만 경쟁이 치열한 양당 정치시스템에서 네거티브의 발현 가능성이 커진다.”

 -네거티브를 없애는 방법은.

 “앞서 말한 대로 유권자들이 네거티브를 좋아하고, 언론이 이를 집중보도하는 현재의 상황에선 없애기 매우 어렵다. 미국 의회를 보라. 선거철만 되면 막대한 자금을 네거티브 광고에 쏟아붓는다. 네거티브의 전형이다. 싸움을 좋아하는 미국 언론도 뒤지지 않는다. 그들은 네거티브를 일종의 ‘재미난 오락(entertaining)’으로 여긴다.”

 -불가능하다는 소리로 들린다.

 “그렇다고 말하진 않겠다. 결국 권위 있는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 유권자들은 하나의 정보원에 매달리지 않는다. 네거티브 TV광고만 보는 게 아니다. 믿을 수 있는 언론이 정보에 대한 ‘사실 확인(fact checking)’ 작업에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네거티브 척결에 유용할 수 있다. 워싱턴 포스트(WP)가 운영하는 ‘사실 확인’ 코너 등이 좋은 사례다. 사실 그게 유일한 길이다.”

 -역대 미국선거에서 최악의 네거티브를 꼽는다면.

 “1970년 앨라배마 주지사 선거는 ‘검둥이’란 말이 난무한 최악의 인종차별 선거였다. 최근의 선거 중엔 이라크 전쟁 와중에 맞붙은 조지 W 부시와 존 케리 간 2004년 대선도 충분히 지저분했다.”

워싱턴=김정욱 특파원

◆커윈 스윈트 교수=역대 미국에서 가장 추악했던 네거티브 선거 25개를 골라 그 실상을 파헤친 책 『중상모략꾼(mudslingers)』을 2005년 펴내면서 네거티브 선거 전문가로 유명해졌다. 그 뒤 교수직 외에 정치 컨설턴트와 미 주요 언론의 정치평론가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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