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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에 선 닷컴들 MBA 스쿨 노크 “도와주시오”

중앙일보

입력

지난 5월 사우스 캐롤라이나州 마운트 플레전트 공군기지의 A.J. 리온 대위 사무실에 편지 한 통이 배달됐다. 동봉된 명령서는 리온 대위가 맡고 있는 C141 수송기와 관련된 것은 아니었다. 리온은 비번일 때 비디오테이프와 전자우편을 이용해 앨라배마州 오번大의 MBA 과정을 수강한다.

과정을 마치기 전 그를 비롯한 84명의 학생들(뉴스위크 기자 한 명 포함)은 사례연구 경시대회에 참가해야 했다. 그날 배달된 편지는 사례연구 과제 통보서였다. 영업부진에 빠져 있는 소규모 웹사이트 밸류파인드.컴(ValueFind.com)을 도와 전자상거래 업체로 뿌리내릴 수 있도록 도우라는 것이었다.

사례연구는 수십 년 전부터 경영대학원 과정에서 중요한 한 부분을 차지해 왔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에서는 학생들이 2년의 MBA 과정 동안 8백 개 사례를 분석한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킴 클라크 학장은 “수업 중 사례 하나를 제시하면 90명의 똑똑한 학생들이 2시간에 걸쳐 경영전략을 둘러싸고 열띤 토론을 벌이는 모습은 이 경영대학원이 갖고 있는 매력”이라고 말했다. 이제 그들의 토론에서 인터넷 전략의 비중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해마다 제시되는 7백50개의 새로운 사례 중 많을 경우 절반 정도가 전자상거래 문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버지니아大 경영대학원의 교수들은 ‘실제적인’ 사례를 선호한다. 트래블로시티·월마트.컴 같은 회사의 경영진이 학교를 방문해 회사 현황을 브리핑한 후 학생들의 조언을 듣는 식이다. 매사추세츠州 웰슬리에 있는 뱁슨大에서는 학생들이 주도하는 컨설팅 프로젝트로 사례연구를 보완한다.

지난해 가을 선정된 20개 회사 중 인터넷 업체가 18개나 됐다. 밸류파인드처럼 경영대학원의 경영진단 대상에 오르는 닷컴 기업 다수가 여러 가지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밸류파인드는 쇼핑 검색엔진이다. 온라인 구매자들이 다양한 웹사이트 가운데 가장 싼 가격의 제품을 고를 수 있도록 가격비교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회사의 창업자들은 사이트 개설에 2만 달러 가량을 쏟아부은 후 마케팅 자금이 떨어지자 구매자들이 스스로 찾아와 주기만을 바랐지만 그런 고객은 거의 없었다. 한편

마이사이먼(MySimon)·바텀달러(BottomDollar) 같은 경쟁 사이트들은 마케팅에 수백만 달러를 쏟아부었다. 결국 올해 초 밸류파인드의 최고재무책임자 짐 핀세스가 오번大에 도움을 요청했다. 그는 학생들의 경영진단을 받는 대가로 밸류파인드의 지분 17.5%를 학교에 내놓았다. 5월 22일 2주간의 연구조사와 전략토론 후 18개 팀이 자신들의 연구결과를 밸류파인드의 경영진과 교수들 앞에서 설명했다.

여러 팀이 올 시즌 최대의 이슈가 된 기업간 상거래로의 방향전환을 제안했지만 그것은 이미 회사 경영진이 고려하고 있는 방안이었다. 대다수 팀은 웹사이트의 속도를 테스트하는 데 여러 시간을 할애했다. 1번 팀은 어떤 색이 방문객들을 오래 머물게 할지 심리조사를 실시했다(푸른 색이 노란 색보다 유리). 리온의 그룹은 한발 더 나아가 중남미계 미국인을 공략해 중남미 진출을 위한 발판 마련을 제안했다. 그들은 포털 사이트인 라티노.컴의 최고경영자에게 전자우편을 보내기까지 했다.

그 결과 6월 초 밸류파인드는 라티노.컴과의 제휴를 둘러싼 비공식 회담에 들어갔다. 리온의 팀은 공동 2위를 차지했다.

다른 그룹들의 실적은 신통치 않았다. 의미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서 ‘시장 개척자의 우위’ 같은 전문용어를 구사하는 팀도 있었다. 몇몇은 대폭적인 채용계획을 제안했지만 자금부족에 시달리는 밸류파인드의 경영자들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6번 팀의 프리젠테이션은 예리한 안목과 통찰력을 보여줬다. 다른 팀과 마찬가지로 그들은 밸류파인드의 표적 시장 결여에 초점을 맞추고 미식축구 경기장에 현수막을 내거는 등 대학생들을 공략할 것을 제안했다.

또 마이멍키.컴(MyMonkey.com)처럼 브랜드명을 더 좋은 것으로 바꾸고 만화 마스코트와 감각적인 광고 슬로건(“Have you seen MyMonkey?”)도 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것이 판단착오였다.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구원투수 존 로커가 동료 흑인선수를 ‘뚱뚱한 원숭이’라고 부른 것에 대해 한바탕 논란이 있은 뒤였기 때문에 심사위원들로부터 마이멍키.컴이 인종차별 문제에 둔감한 작명이라는 지적을 받은 것이다.

별난 이름을 제외하면 다른 팀들도 틈새 전략이 필요하다는 데는 의견을 같이 했다. 12번 팀의 예를 보자. 4백53명의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분석한 뒤 그들도 대학생을 표적으로 정하고 25개 대학에서의 광고비용을 분석했다.

그들은 또 밸류파인드가 현금이 거의 없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저비용을 강조했다. 결국 브리지스톤·컴팩의 엔지니어 2명, 패스트푸드 회사의 중역, 제약회사 영업사원 출신의 터키인, 대학 수영선수 출신 등 5명으로 이뤄진 그들 그룹이 1등을 차지했다. 올 여름 세이피언트社에 컨설턴트로 입사하는 올리버 검브릴은 “이것을 꼭 내 이력서에 포함시켜야겠다”고 말했다.

현재로서는 종이조각이나 다름없는 주식을 제공한 대가로 밸류파인드가 얻은 것은 무엇일까. 오번大의 대니얼 그로퍼 MBA 담당관은 컨설팅 업체를 이용했다면 비슷한 작업에 최소 25만 달러는 들었을 것이라고 추산했다. 밸류파인드의 최고재무책임자 핀세스는 “프리젠테이션마다 건질 만한 내용이 최소한 한 개 이상 있었다”고 말했다. 밸류파인드는 이미 웹사이트의 속도와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한 개편작업에 들어갔다. 그러나 학생들이 제시한 야심적인 마케팅 아이디어는 대부분 자금부족으로 보류된 상태다. 밸류파인드에 아무리 중요한 아이디어라 해도 벤처 자금이 마련되기 전까지는 탁상공론에 불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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