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박찬호, 9승에 담긴 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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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연승, 그리고 시즌 9승.

6월 19일(이하 한국시간) 세인트루이스와의 경기. 투타의 부조화로 2연패를 당한 다저스, 상대팀은 6연승의 폭풍질주를 거듭하고 있는 세인트루이스, 타력의 급격한 저하, 그리고 불펜진과 마무리투수의 부진.

박찬호는 이런 여러 악재속에서 경기에 임해야 했다. 하지만 당당히 맞서 승리를 올렸다. 시즌 9승. 여러 어려움을 딛고 일궈낸 값진 승리였다. 단지, 이것뿐만은 아니었다. 이번 승리는 박찬호에게 또다른 여러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먼저, 시즌 20승달성에 대한 가능성을 더욱 높였다는 데 가장 큰 의의를 둘 수 있다. 지난 시즌 6월 19일까지 박찬호는 13경기에 등판해서 4승4패 5.26의 방어율을 올렸다.

하지만 올해는 15경기에 선발등판해서 9승4패 3.98의 방어율. 승수면에서 2배이상의 증가세를 나타냈다. 지난해 9승을 9월 4일 올렸던 것에 비교하면 올시즌 페이스가 얼마나 빠른 것인 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둘째, 메이저리거로서 개인의 영광인 올스타전 출전에 대한 기대를 더욱 높였다. 박찬호는 현재 9승으로 다승부문 3위에 올라있다. 일단 이름을 알리는 데는 성공했다. 문제는 앞으로다.

박찬호는 올스타 경기전까지 출전할 3-4경기에서 1-2승을 올리고 방어율을 낮추게 되면 올스타전 엔트리에 이름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전문가들도 박찬호의 출전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전망하고 있다.

셋째, 다저스를 살리는 구원자라는 사실을 각인시켰다. 박찬호가 올시즌 올린 일승일승은 다저스를 어려움에서 구해낸 값진 승리들이었다. 이번 승리도 그런 의미를 담고 있다.

다저스는 세인트루이스전에서 내리 2연패를 당해 팀분위기가 침체됐다. 자칫하다가는 연패의 늪에 빠질 상황이었다. 하지만 박찬호가 침몰직전의 다저스를 건져내며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역할을 해냈다.

넷째, 제구력의 안정을 들 수 있다. 시즌 초반에는 물론 4연승을 거둘 때만 해도 제구력에 대한 의구심은 항상 떨쳐버릴 수 없었다. 하지만 이날 경기에서 볼넷을 한 개도 내주지 않아 이제는 제구력부재라는 지적으로부터 어느 정도 자유로울 수 있게 됐다. 그만큼 박찬호의 투구는 안정감을 이룬 것이다.

다섯째, 특정팀에 약한 징크스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됐다는 사실이다. 박찬호는 지난 경기에서 그렇게도 약한 모습을 보이던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를 완투로 제압한 데 이어 강팀 세인트루이스마저도 무너뜨려 더 이상 대결을 주저할 상대가 없어지게 됐다.

특히, 6연승의 무한질주를 거듭하며 7연승에 도전하던 세인트루이스를 상대로 승리를 올린 것은 이날 경기의 가장 큰 의미의 하나로 꼽을 만 하다.

여섯째, '여름의 사나이'임을 확실히 인식시켰다. 무더위에 강한 면모를 보였던 박찬호는 올시즌에도 무더위가 시작되면서 승리를 올리기 시작하더니 눈깜짝할 사이에 5연승을 올려 역시 '여름 사나이'임을 확실히 입증시켰다. 박찬호가 이번 여름에 얼마나 많은 승수를 올릴지 두렵기까지 하다.

일곱째, 자신의 존재가치를 미전역의 팬들에게 드높였다. 이날 경기는 미 전역을 커버하는 독보적인 스포츠전문 케이블방송 ESPN이 생중계했다.

이날 팬들은 '커브의 달인' 데럴 카일과의 선발대결 못지않게 마크 맥과이어와의 불꽃대결도 관심을 가지고 지켜봤다. 박찬호는 이들과의 대결에서 우위를 지키며 승리를 올려 미 전역의 팬들에게 강인한 인상을 남겼다.

이렇듯 박찬호의 9승에는 많은 의미가 담겨있다. 하지만 박찬호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의미는 뭐니뭐니해도 20승 달성 가능성을 높였다는 데 있다. 20승은 투수개인으로는 최대의 영광이다.

여기에 올시즌을 끝으로 자유계약선수가 되는 박찬호에게 있어 다음해 몸값을 높이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 부와 명예를 안겨다주는 20승. 그래서 20승달성여부는 올시즌이 끝나는 그날까지 박찬호를 따라다니는 최대화두로 자리잡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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