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자원공사] 파키스탄 수력발전, 중국 상수도 등 ‘물시장’ 공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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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끗한 수돗물을 축복처럼 여기는 나라가 아직도 많다. 적도기니 몽고모 지역에서 아이들이 수돗물을 받고 있다. 한국수자원공사가 2007년 정부의 공적 개발원조(ODA) 사업의 일환으로 만들어 준 상수도 시설이다. [한국수자원공사 제공]

블랙골드(Black Gold·석유)의 시대는 저물고 블루골드(Blue Gold·물)의 시대가 온다. 영국의 물 전문 연구 기관인 글로벌 워터 인텔리전스(GWI, Global Water Intelligence) 조사에 따르면 세계 물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 약 50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최근 5년간 평균 4.7%씩 성장한 수치다. 이 시장이 2016년에는 약 700조원, 2020년에는 약 800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의 많은 물 전문기업들이 일찍부터 물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간파하고 물 기업을 적극 육성하고 있는 이유다. 세계적인 물 기업인 프랑스의 베올리아 같은 기업은 이미 100년이 넘는 해외시장 개척 역사를 보유하고 있다.

 한국수자원공사(K-water)도 이런 거대한 해외 물시장 공략에 출사표를 냈다. 지난해 말 해외 사업본부를 설립하고 본격적인 해외 진출을 선포한 것이다. 2020년까지 세계 3대 물 전문기업이 되겠다는 비전도 세웠다. 40년간 축적한 노하우와 공기업의 신용도 등을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K-water의 해외 진출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미 1994년 중국 분하강 유역조사를 시작으로 총 20개국에서 32개 사업을 성공적으로 완료한 경험이 있다. 그동안 해외 사업으로 벌어들인 외화만도 약 360억원 규모다.

 올해 들어선 이 규모가 급성장했다. 투자 사업 6건을 비롯해 모두 18개 사업을 진행 중이다. 총사업비는 2조원을 육박한다. 이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파키스탄의 파트린드(Patrind)수력발전 사업과 중국의 장쑤(江蘇)성 쓰양(泗陽)현 상수도 사업이다.

 파트린드 수력발전사업은 K-water 최초의 해외투자사업이다. 파키스탄 북서부 무자파르 지역에 댐 수로터널 발전소를 건설하는 것으로 150MW급 유역 변경식 발전소다. 건설 후 30년간 운영까지 담당하는 대규모 민자 프로젝트이기도 하다.

특히 민간기업인 대우건설·삼부토건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K-water는 발전소 운영관리를, 대우와 삼부는 설계 및 시공을 맡는다. 이 사업의 특징은 K-water가 한국수출입은행·아시아개발은행·국제금융공사·이슬람개발은행 등 국내외 금융기관으로부터 재원을 조달받아 투자하는 국내 최초의 해외 민관합동 투자사업이라는 점이다.

약 4년간의 건설과 30년간의 운영 관리를 통해 생산하는 전력을 파키스탄 정부에 판매해 투자비와 이익금을 환수하게 된다. 현재 수자원공사 직원 4명이 파키스탄 현장에 파견돼 선행 공사 및 금융 협상 등을 추진하고 있다. 총 사업비는 4억3600만 달러 규모. 파키스탄 정부의 최소 수익 보장으로 안정적인 수익 창출(연 수익률 17%)이 기대되고 있다. 다음으로 주목해야 할 사업은 중국 장쑤성 쓰양현 상수도 공급사업이다. K-water는 지난 5월 중국 쓰양현에서 중국 선전수도공사 및 코오롱과 함께 현지 법인 사무소를 열고, 하루 10만㎥ 규모의 상수도를 공급하기 시작했다. 김건호 K-water 사장은 “총 시장규모 51조원에 매년 8.6%씩 성장하는, 세계 최대 민간 물시장인 중국에 든든한 교두보를 구축한 셈”이라며 “중국 물 시장은 2017년이면 100조원 규모로 확대될 전망”이라고 기대했다. 쓰양현 상수도 공급 사업의 사업비는 약 170억원으로, 향후 29년간 인구 100만의 쓰양현 시민들은 K-water가 공급하는 수돗물을 이용하게 된다. 연 13% 이상의 수익률과 연간 13억원 이상의 배당수익을 통해 국부창출이 기대되고 있으며, 특히 공공기관과 민간기업이 힘을 합쳐 중국 물시장에 진출함으로써 해외사업 민관협력의 모범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임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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