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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존을 구할 세 가지 방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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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장 피사니페리
브뤼겔연구소 소장

지난여름 이후로 그리스의 재정 위기를 단계적으로 해결하려는 움직임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는 유로존이 분열되어 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실제로 이런 우려를 입증하는 몇 가지 암울한 지표들이 있다.

먼저 은행들의 차입 금리와 제로 리스크 금리 간의 격차는 7월부터 계속 벌어지고 있다.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는 금융기관들도 현금을 유럽중앙은행(ECB)에 예치해 놓으려 하고 있다. 이런 일은 2007~2008년 세계 금융위기 때도 벌어졌었다.

 둘째, 글로벌 은행들은 북유럽보다 남유럽에 있는 기업들에 더 높은 금리를 매기고 있다. 이미 위기에 처한 경제는 이로 인해 상황이 더욱 나빠진다. 이는 유럽의 통합 시장을 분열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셋째, 국제 투자자들은 더 이상 남유럽 국가들의 국채를 북유럽 국가들의 그것과 같은 등급으로 보지 않는다. 지금과 같은 남유럽 국가들에 대한 대출 행태가 지속된다면 그들의 부채상환 능력과 경제회복은 큰 타격을 받을 것이다.

 정부와 은행에 대한 감시제도를 개혁하고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을 확충하기로 한 유로존 당국자들의 결정은 환영할 만하다. 하지만 불행히도 이는 미봉책일 뿐이다. 일단 급한 불을 끄고 난 뒤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보다 견고한 ‘통화 공동체’를 만드는 일이다.

가랑비에 옷 젖듯 유로존이 분열하는 이유는 정부와 은행권의 상호의존성이 크기 때문이다. 유로존에서 은행권은 재정 위기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은행들이 주로 자국 정부가 발행하는 국채를 많이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역시 은행권의 위기에 취약하다. 금융기관들을 구제할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다. 첫째, 국채 시장에 위협이 될 만한 상황이 되면 중앙은행이 개입하는 것이다. 사실 영국의 재정 문제는 스페인보다 심각하다. 하지만 영국의 중앙은행인 영국은행이 영국 국채에 대한 우려를 불식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안심한다. 하지만 유럽중앙은행(ECB)에는 이런 권한이 없다. 스페인과 이탈리아에 대해서는 이런 역할을 해왔지만, 내부의 반발이 거세 이를 포기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EFSF가 비슷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활동 자금과 여력이 제한돼 있다. ECB의 권한을 강화하려고 들면 독일이 헌법상의 이유를 들어 반대할 것이다.

 둘째로 자본 재구성과, 규제장벽 철폐를 통해 은행을 강화하는 것이다. 유로존은 다양한 형태의 자산을 보유하면서, 공동의 감독체계와 예금보호제도를 받아들이는 적정한 자본금을 갖춘 은행시스템을 가진다면 더욱 건강해질 것이다. 하지만 유럽 지도자들은 과감하게 이런 조치들을 한꺼번에 시행하는 것을 꺼릴 수도 있다.

 셋째, 유로존 국가들 사이에 감시 및 상호보증 체계를 만들어서 국가 부채 위험을 줄이는 것이다. 이는 일종의 ‘국가재정연합’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연합이 유로채권을 발행할 수도 있다. 이는 보증을 해주는 나라와 보증을 받는 나라 모두에 정치적으로 어려운 일일 것이다. 하지만 사실 세 가지 대안 가운데 이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다.

 이상 제시한 해결책들은 모두 상호보완적인 방법들이다. 셋 가운데 한 가지만 지지를 얻더라도 긍정적인 신호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유럽이 풀어야 할 과제는 시장이 다시 유로존을 믿을 수 있을 만한 합당한 이유를 대야 한다는 것이다.

장 피사니페리 브뤼겔연구소 소장
정리=유지혜 기자 ⓒ Project Syndica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