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콤X / Malcolm X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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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역사상 오랜시간동안 문제시되고 있으면서도 그 해답을 찾지 못하는 갈등중에서 아마도 인종문제만큼 심각한 경우는 없을 것이다.

그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바이며, 더 솔직히- 노골적으로 표현했을때 '백인월주의'라는 단어하나로 귀결되는 문제이다.

잠잠한가 싶으면 불거져 나오고, 대화로 해결되는가 싶으면 그것과 정반대되는 행동이 일을 망치는 경우가 바로 이 인종문제만큼 심하게 반복된 경우도 드물 것이다.

단지 피부색이 검다는 이유만으로 납득할 수 없는 차별을 당하는 흑인들의 뿌리깊은 불신은 많은 중재자들의 노력만으로는 회복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들의 불신의 골은 타민족에 대한 막연한 증오로 발전했고 서로가 쉬쉬하는 가운데 마치 불붙은 시한폭탄같은 모양새를 하고 있는 것이다.

한인타운에 불이 붙고, 한 흑인청년을 향해 집단구타를 가하는 백인들을 그저 답답한 심정으로만 바라보아야 하는 현실은 그래서 답답하기만 하다.

이 영화〈말콤〉는 흑인과 백인의 인종차별을 인도주의적인 관점에서 극복해 보고자 했으나 결국 총탄에 쓰러진 한 인물에 대한 보고서이다.

알게 모르게 인종차별의 부당함을 자신의 영화를 통해 때로는 통렬한 풍자로, 때로는 과격한 액션으로 싣기도 하던 스파이크리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피부색으로 차별을 당하는 인종간의 이해할 수 없는 논리를 매우 설득력있고 진실되게 그려내고 있다.

영화의 거의 모든 스탭이 흑인인(당연한 결과인듯) 이 영화에서 음악을 맡은 Terence Blanchard는 이전 스파이크리 감독이 극단적인 랩의 선율이나 흑인음악으로 표현했던 정반대의 음악으로 사유한다.

그것은 역사적인 한 인물의 인생을 통해 흑과 백의 미국역사를 철저하게 객관적인 시점에서 바라보기 위한 배려라고도 생각된다.

스파이크리의 이전작이었던〈똑바로 살아라〉와 같은 영화에서 랩으로 흑인들의 분노가 표현되었다면 이 영화에서 흑인들의 음악언어는 재즈를 기반으로 한다.

사실 연주의 편성도 트럼펫이나 재즈적인 코드를 연상시키는 구성으로 일관해 다소 계획적이라는 인상을 주고 있지만 그 구조를 투명하게 했다는 점에서 매우 인상적이고 때로는 그 구성이 시각적이기까지 하다.

미묘한 인종갈등을 다룬 영화에서 편협한 시각으로 기울수도 있다는 우려를 음악으로 균형있게 맞추는 작업 - Terence lanchard의 음악은 일단 영화음악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명쾌하게 제시한다.

그래서 이 영화의 음악은 훌륭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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