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예산’ 5000억으로 공약 실천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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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의 선거캠프 해단식이 28일 종로구 안국동에서 열렸다. 박 시장이 캠프 관계자가 전달한 ‘서울 시민을 위한 추천 메뉴판’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변선구 기자]

28일 오후 6시 박원순 서울시장은 시청 시장 집무실에서 기획조정실 간부들과 ‘도시락 미팅’을 했다. 이 자리는 박 시장의 첫 ‘예산 과외’였다. 박 시장은 최항도 기조실장과 실무진으로부터 서울시 예산 구조와 현황을 보고받았다.

 박 시장이 도시락으로 저녁을 때우며 예산 공부를 하는 이유는 시간이 없어서다. 시가 의회에 내년도 예산안을 제출할 시한은 다음 달 11일. 2주라는 빠듯한 시간 안에 박 시장은 ‘예산 2%의 난제’를 풀어야 한다. 박 시장이 내년에 쓸 수 있는 신규 사업 예산은 전체 예산의 2%를 조금 넘는 수준이다. 이 돈으로 그는 공약을 실천해야 한다. 내년 서울시 예산은 20조5000억원대가 될 전망이다. 김상환 예산과장은 “내년에 고정 지출분을 빼고 신규 사업비로 쓸 수 있는 돈은 최대 5000억원에 그친다”고 말했다. 한강예술섬, 서해뱃길 등 오세훈 전 시장이 추진하던 사업을 중단해 융통할 수 있는 돈을 모두 합해 산출한 것이다. 전체 예산의 2.4%에 불과한 이 돈으로 ‘박원순 표 서울’을 보여주기엔 버겁다. 박 시장은 2014년까지 공공임대주택을 종전 서울시 계획(6만 호)보다 2만 호를 추가 공급하겠다고 약속했다. 내년에 추가분의 3분의 1(약 7000호)만 공급해도 4000억원이 필요하다. 공립보육시설확충(886억원), 시립대 반값등록금(207억원), 전세보증금센터설치(100억원) 등 돈 쓸 곳은 넘친다.

 여기에다 그는 내년에 복지예산을 올해보다 2%포인트 늘려야 한다. 그는 재원의 30%를 복지 사업에 투입하겠다고 공약했다. 올해 전체 사업비(15조4324억원)에서 복지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8.3%(4조3726억원)였다. 여기서 2%포인트를 추가로 끌어올리려면 약 3000억원이 필요하다. 권오중 비서실장 내정자는 “다음 주에 학계 전문가, 시민으로 자문단을 구성, 본격적인 예산안 개혁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전영선 기자
사진=변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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