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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와 원탁회의' 토니 미셸 의장 인터뷰]

중앙일보

입력

영국 이코노미스트그룹이 주최하는 '제8차 한국 정부와의 원탁회의' 가 19일 서울 힐튼호텔에서 이틀 일정으로 개최됐다.

이 회의에는 전윤철 공정거래위원장, 엄낙용 재경부 차관, 장하성 고려대 교수, 무스타파 모하타렘 제너럴 모터스 수석이코노미스트,래리 스턴 브리티시텔레콤(BT)부사장 등 국내외 경제관계 인사 2백여명이 참석, 한국경제의 문제점과 남북 정상회담 이후의 투자전망에 대해 토론을 벌였다.

회의의 의장이자 이코노미스트그룹내 경영자문사인 EABC 사장인 토니 미셸 박사를 만났다.

- 남북 정상회담이 한국의 투자 환경에 어떤 영향을 줄 것으로 보나.

"새로운 사업기회에 대한 기대는 커졌다. 그러나 외국인투자자들은 이 때문에 제2차 구조조정이 지연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감도 갖고 있다. 경제계 전반, 특히 금융권의 부실 요인을 아직 제대로 제거하지 못한 상태에서 북한 열풍이 불어닥쳤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중국과의 육로가 트인다면 이는 베를린 장벽의 붕괴와 맞먹는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

- 정부 주도로 이뤄지고 있는 2차 구조조정에 대한 기업들의 불만이 상당한 편인데.

"한국에서는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것같다. 부실 금융기관의 책임자에 대해서는 엄격할 필요가 있다. 구태의연한 금융기관을 살리려 들기보다는 차라리 없애고 새 기관을 만드는 게 낫다. 부도가 나면 망하게 놔두는 것이 시장의 원리다. "

- 한국 대기업 그룹들의 변화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삼성.LG.SK.제일제당.한솔.두산.롯데 등은 개혁을 잘 이뤄낸 그룹들이다. 그룹 오너들을 단지 오너라는 이유만으로 매도해서는 안된다. 비전을 갖고 잘해나가려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

- 최근 한국경제가 자금시장 악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뭐가 문제라고 생각하는가.

"국민이 낸 세금을 부실 금융기관을 살리기 위해 써서는 안된다. 정부의 구제금융은 건전한 경제의 틀을 망가뜨린다. 가장 시급한 것은 대우그룹을 리스트럭처링함으로써 채권시장을 정상으로 회복시키는 일이다. 한국이 시장원칙에 입각한 구조조정에 실패하면 올해 혹은 내년 경제성장률은 0%로 가라앉을 것이다. "

- 미국 경제는 소프트랜딩(연착륙)에 성공할 것으로 보는가.

"소프트랜딩의 필요성 자체가 의문이다. 뉴이코노미는 경제에 관한 룰 전체를 변화시켰다. 그런데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고루한 룰을 고집하고 있다. 시스코의 존 챔버스 회장이 강조하듯 생산성이 급속도로 향상되고 있기 때문에 고도의 경제성장이 가능한 것이다. 앨런 그린스펀 FRB 의장은 둔화시키려 해도 둔화시킬 수 없는 것(경제성장률)에 집착하고 있다. "

글 〓김현기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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