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학장회의가 열린 27일 안철수(49)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회의 장소인 행정관에 예정 시간보다 1시간 일찍 나타났다. 회의에 앞서 오연천 총장과 개별 면담을 하기 위해서였다. 오 총장은 서울시장 선거 이틀 전인 지난 24일 안 원장이 무소속 박원순 후보 지지 선언을 한 데 대해 불쾌함을 나타냈었다고 한다. 안 원장이 학교와 사전 협의 없이 정치적 발언을 했다는 이유에서다. 오 총장은 안 원장에게 당시 경위를 묻고 자신의 생각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오 총장은 안 원장이 박 후보의 안국동 선거캠프를 찾아간 24일 아침부터 정치권 인사들의 항의전화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직원들에게 “안 원장이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알아보라”고 지시했다고 서울대 관계자는 전했다. 교수들 사이에서도 “뒤통수를 맞았다”는 말이 돌았다. 지난달 안 원장이 서울시장 불출마 선언을 한 뒤 “학교 일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는데 이를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서울대 내부에선 “청춘콘서트 등 외부 활동에 치중하던 안 원장을 영입했을 때부터 불협화음이 어느 정도 예견됐던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학교 발전에 대한 기여 가능성보다 대중적 인기에 기댄 영입 시도”라는 비판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다. 사회대의 한 교수는 “그래도 임용 후에는 자중하지 않겠느냐는 기대가 있었는데 결국 어긋나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교수는 “교육과 연구라는 본업을 뒤로하고 ‘정치 부업’에 힘을 쏟는 건 제자들 보기에도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라며 “안 원장 영입을 주도했던 오 총장 입장이 좀 곤혹스러울 것”이라고 했다.
면담의 당사자인 오 총장과 안 원장은 직접적인 입장을 나타내지 않았다. 오 총장은 “안 원장의 박 후보 지지 선언을 사전에 알지 못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심경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는 답을 피했다. 안 원장도 이날 행정관 앞에 서 있던 취재진에 “눈치가 많이 보이네요”라는 말만 남긴 채 회의장으로 올라갔다.
정원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