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펭귄' 무더기상륙, '토종펭귄' 퇴출위기!

중앙일보

입력

최근 들어 리눅스가 기업과 일반인들에게 큰 관심을 끌고 있다. 국내 리눅스 시장을 겨냥, 해외 업체들까지 밀려 들어오면서 과열 분위기까지 조성되고 있다. 국내 리눅스 업계는 이에 대해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

지난달 말 서울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리눅스 레볼루션2000’ 에는 2천명의 일반인들이 몰려 국내 리눅스 열기를 증명했다. "컴퓨터에 펭귄 한 마리 키워보세요"

귀여운 펭귄을 모델로 한 리눅스가 우리 곁에 바짝 다가온다. 지금까지 컴퓨터 운영체제(OS)로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98이나 유닉스 등이 사용돼 왔지만 최근 2∼3년 전부터 리눅스가 급부상하고 있는 것. 이를 반영하듯 리눅스를 운영체제로 사용하는 기업들도 급증하고 있다. 중대형 컴퓨터를 판매하는 한국HP는 올 연초부터 지난 5월 말까지 판매한 서버 중 60%에 리눅스를 탑재해 판매했다. 리눅스 전문업체 리눅스원도 올들어 지난 달 말까지 6백50여 대의 리눅스 서버를 판매했다.

특히 최근 미 워싱턴 연방지방법원이 마이크로소프트사에 대해 분할 판결을 내림에 따라 앞으로 리눅스업체들의 운신의 폭은 한층 더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원래 리눅스는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중대형 컴퓨터에 적합하도록 개발됐다. 특히 리눅스는 네트워크 기능이 탁월해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 세계 컴퓨터 10대 가운데 3대가 리눅스로 가동된다.

기업들이 리눅스를 사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안정적인 운영체제를 저렴한 가격에 사용할 수 있으며 더구나 불법복제염려도 없어 리눅스를 사용하는 기업들이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세계적인 리눅스 열풍에 힘입어 국내에서도 리눅스원, 리눅스코리아, 미지리서치 등 리눅스 전문업체들이 20여 군데나 설립됐다. 올해 들어서는 레드햇, 칼데라시스템즈, 터보리눅스, 수세리눅스 등 생소한 이름의 외국 리눅스 전문업체들까지 들어와 활발한 사업을 벌이고 있다. 바야흐로 국내에도 리눅스 전성시대가 도래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긍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외국 리눅스 업체들의 진출로 국내 리눅스 업체들의 사업이 위협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 국내 리눅스 시장은 ‘토종 펭귄’인 국내 업체들과 외산 리눅스 업체들의 시장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일부에서는 외국 업체들의 대규모 공세로 국산 리눅스 업체들의 설 땅이 점차 좁아질 것이라는 비관적인 견해까지 나오고 있다.

빨간 모자 레드햇 국내 상륙

세계적인 리눅스 전문업체 레드햇(Red Hat, 빨간 모자)이 최근 국내에 상륙했다. 레드햇은 리눅스원, 리눅스코리아, 컴팩코리아 등의 회사들과 제휴했다. 이들을 통해 레드햇의 소프트웨어와 기술을 판매하겠다는 전략이다. 레드햇은 전 세계 리눅스 업계에서 ‘톱 클래스’를 차지할 정도로 유명한 기업이다. 컴퓨터의 핵심인 중앙연산처리장치(CPU) 개발회사인 미국 인텔도 레드햇에 직접 투자를 할 정도.

레드햇은 국내 리눅스 벤처기업 가운데 소위 ‘잘 나가는’ 업체와 손을 잡았다. 이들을 통해 레드햇의 소프트웨어인 ‘레드햇 리눅스’를 한글화하고 판매하는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또 레드햇은 국내 컴퓨터 교육사업에도 나설 계획이다. 리눅스 엔지니어의 수요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에 레드햇의 간판을 걸고 교육사업을 벌이면 돈벌이가 짭짤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레드햇에 앞서 칼데라시스템즈, 터보리눅스 등은 아예 국내에 지사를 차리고 본격적으로 사업을 벌이고 있다.

칼데라시스템즈는 삼성멀티캠퍼스, 소프트뱅크코리아, 다우데이터시스템 교육원 등을 통해 리눅스 전문가 양성과정을 개설했다. 칼데라시스템즈는 자신들이 진행하는 교육을 이수한 사람들에게 증명서를 발급해 주기 때문에 교육신청이 쇄도하고 있다.

터보리눅스는 정부나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영업을 벌이고 있다. 정부나 공공기관에서 사용하는 중대형 컴퓨터를 리눅스 기반으로 바꾸겠다는 야심을 갖고 활발한 영업을 벌이고 있다.

또 조만간 유럽의 대표적인 리눅스 회사인 수세리눅스도 한국에 진출한다. 수세리눅스는 서적을 발행하는 정보통신연구원이란 회사와 손잡고 수세리눅스코리아를 설립했으며 곧 공식 진출을 선언할 예정이다.

무사안일에 빠진 토종 펭귄들

외국 리눅스 업체들이 한국 시장에 앞다퉈 진출하고 있지만 국내 리눅스 업체들의 활동은 뜸한 편이다. 지난 해 말까지만 해도 활발한 사업을 벌였던 국내 리눅스 업체들은 연초 창투사들로부터 대규모 자금을 지원받은 뒤 일을 게을리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최근 몇 달새 리눅스 업체들이 내놓은 제품 가운데 변변한 것은 거의 없다. 게다가 모두들 사업성이 거의 없는 ‘리눅스 배포판’ 사업이나 인터넷 포털사이트 개설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물론 일부 리눅스 업체들은 부가가치가 높은 기업 대상의 영업을 벌이고 있다. 리눅스원이나 자이온리눅스시스템즈 등은 기업 대상의 서버 판매로 상당한 매출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기업 대상의 사업을 벌이는 리눅스 업체들도 앞길이 그리 희망적이지만은 않다. 리눅스 사업이 유망하다는 것을 눈치챈 대기업들이 이 시장에 잇따라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HP, IBM, 선마이크로시스템즈 등 유명 외국회사들도 최근 리눅스 지원정책을 발표하면서 서버시장에 참여해 토종 리눅스 업체들을 위협하고 있다.

리눅스 배포판이나 포털 사이트로는 사업에 승부를 걸기 힘들다고 판단한 국내 리눅스 업체들은 ‘임베디드 리눅스’를 대안으로 생각하고 있다. 임베디드 리눅스란 휴대폰, 공장자동화기기, 초소형PC 등에 내장되는 운영체제.

국내 리눅스 업체들이 임베디드 리눅스 사업에 나선 이유는 프로그램 소스코드가 공개돼 있다는 리눅스의 장점 때문. 자체 기술력으로 소스코드를 고치면 프로그램의 크기를 최대한 줄일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CE’는 우수한 소프트웨어로 평가받지만 프로그램 용량이 너무 커 휴대폰 등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리눅스는 기술력에 따라 휴대폰에도 충분히 내장할 수 있어 통신단말기 제조업체들이 리눅스를 선호하고 있다.

이 분야도 외국 리눅스 업체들이 진출하면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겠지만 세계적으로 임베디드 리눅스는 초기시장이어서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는 것이 국내 리눅스 업체들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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