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특허전쟁 … R&D 확대로 승부 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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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는 꿈꾸는 자의 것이다. 하지만 그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현재 무엇을 하느냐가 중요하다. 연구개발(R&D)은 기업이 꿈꾸는 미래를 만들어 갈 수 있는 가장 근원적인 방법이다. 국내 기업들이 기술력으로 전 세계에 이름을 떨치고 있는 것도 R&D가 그 바탕에 있다.

박혜민 기자

현대?기아차 남양연구소 연구원들이 바람의 세기가 차량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하는 풍동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국가과학기술위원회가 지난달 조사 발표한 ‘2010년 연구개발(R&D) 활동’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R&D 투자 비중은 3.74%로 OECD 국가들 중 이스라엘(4.25%)·핀란드(3.84%)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4위에서 다시 한 계단 올라간 것이다. 2009년 3위였던 스웨덴(3.62%)은 한국에 밀려 4위가 됐다. 5위는 일본, 6위는 덴마크 순이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가 글로벌 기업 1400개를 대상으로 실시한 지난해 R&D 투자 실적 조사에서도 한국 기업은 선전했다. 삼성전자는 7위를 차지하며 전년 10위에서 3계단 뛰어올랐다. 삼성전자의 R&D 투자액은 61억8100만 유로로 전년 대비 24.9% 늘어났다. LG도 전년 66위에서 17계단 올라선 49위를 기록했다.

국내 기업들은 올 들어 R&D를 통한 첨단기술 개발에 더욱 힘을 쏟고 있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R&D와 인재 양성을 올해의 화두로 삼았다. 신년사에서 “미래 핵심기술, 원천기술 확보를 위한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한 데 이어 기회 있을 때마다 R&D의 중요성을 역설해왔다. LG가 올해 R&D에 4조7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한 것은 구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LG의 R&D 투자가 4조원을 넘은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애플과 특허전쟁을 벌이고 있는 삼성전자는 소프트웨어(SW) 연구개발 부문에서 고삐를 죄고 있다. 전체 R&D 인력의 70%를 소프트웨어 분야 인재로 채워 ‘소프트웨어 파워’를 키우기로 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최근 “IT 업계의 파워가 소프트웨어로 옮겨가고 있다. 소프트웨어 인력을 대폭 확충하고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소프트웨어 역량 제고에 총력을 기울이라”고 당부했다.

KT는 자체 기술력 개발뿐 아니라 외부와의 공유를 통한 광범위한 R&D를 시도하고 있다. KT 종합기술원 내부에서만 진행하던 세미나를 올 들어 외부 중소 벤처기업들로 대상을 확대했다. 매주 1회 열리는 ‘지식 공유 세미나’에선 서로의 기술과 전략 방향 등을 공유하고 협력 모델을 발굴한다.

삼성전자 갤럭시S2 LTE

친환경 기술 개발은 많은 기업이 R&D 자원을 쏟아붓고 있는 분야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환경 개선, 녹색에너지, 삶의 질 제고 등 지속 가능한 성장이 최근 글로벌 경영의 핵심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이들 분야에 과감히 투자해 기회를 선점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 했다.

현대·기아차의 목표는 ‘세계 4대 그린카 강국 진입’이다. 이를 위해 친환경·고효율 그린카 개발에 속도를 내는 중이다. 지난해 R&D에 대한 투자는 사상 처음 2조원을 돌파했고, 그 성과가 속속 나타나고 있다. 하이브리드차·전기차 등 친환경 차량을 출시했고, 수소연료전지차도 곧 선보일 예정이다. KCC는 친환경 건축자재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STX조선해양은 친환경 선박 기술개발에 투자를 늘리고 있다. 독보적 기술력 강화에 힘써온 동국제강은 국내 최초로 친환경 고효율 에코아크(eco-arc) 전기로 가동에 성공해 온실가스 감축 기술 인증을 받았다. 동아제약이 세계 네 번째로 발기부전 치료제 ‘자이데나’ 개발에 성공한 것도 오랜 R&D의 쾌거였다. 1997년 개발에 뛰어든 지 8년 만인 2005년 이 제품을 출시했다. 중국 등 세계적 인기를 모으고 있는 아모레퍼시픽의 한방화장품 브랜드 ‘설화수’의 탄생에는 67년부터 시작된 한방 미용에 대한 투자 덕분이었다. 국내 라면시장 점유율 70%를 유지하고 있는 농심, 온라인 쇼핑몰 옥션의 경쟁력도 끊임없는 연구개발의 결과라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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