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전기차·수소연료전지차·원격조종 … 자동차 미래 향해 달린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02면

현대?기아차 남양연구소 연구원들이 자동차 연비 개선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자동차 기획·디자인·설계·시험평가 등 모든 연구개발이 이곳에서 이뤄진다

지난 5일 경기도 화성시에 위치한 현대·기아차 남양연구소에서는 이색적인 행사가 열렸다. 바퀴 대신 농구공 3개를 단 비행접시 모양의 자동차가 도로를 질주했다. 3차원(3D)영상과 증강현실 기술을 활용해 자동차를 원격조종하는 기술도 선보였다. 바로 ‘2011 연구개발(R&D) 아이디어 페스티벌’ 행사장이었다. 차량 개발을 담당하는 연구원 4~7명이 팀을 이뤄 미래 기술에 대한 아이디어를 실물로 제작해 경연하는 자리였다.

지난 17일 한국을 방문한 네이슨 딜 미국 조지아 주지사가 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과 면담을 마친 후 곧바로 찾은 곳도 이곳이었다. 그는 이곳에서 ‘모하비’ 수소연료전지차와 K5 하이브리드차 및 올해 말 출시 예정인 전기차 TAM(가칭)을 시승했다.

이 기술연구소는 현대기아차 연구개발(R&D)의 메카다. 제품 기획부터 디자인·설계·시험평가에 이르기까지 차량 개발에 필요한 자원을 한데 모아놓은 세계 최고 수준의 자동차 연구소다. 친환경 고효율 그린카, 지능형 자동차, 융복합 기술, 첨단 신소재 개발 등이 이곳에서 이뤄진다.

기술연구소의 강점 중 하나는 세계 각국에 걸친 글로벌 R&D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 남양연구소를 중심으로 미국의 디트로이트와 LA, 독일의 뤼셀스하임, 일본의 지바, 인도의 하이데라바드 기술연구소로 이어지는 글로벌 R&D 네트워크는 현지 고객의 기호에 맞는 지역별 전략 차종을 개발하기 위해 24시간 가동되고 있다.

이 중에서도 경쟁이 치열한 미국 시장에는 특별히 공을 들이고 있다. 2003년 2월에는 캘리포니아주 LA에 있던 기술연구소 외에 어바인에도 ‘현대차 캘리포니아 디자인&테크니컬센터’를 설립했다. 미국기술연구소는 남양연구소와의 협업을 통해 NF 쏘나타 개조차(2006년)와 싼타페 개조차(2009년)를 개발하는 등 제품 기획부터 양산에 이르기까지 현지에서 발생하는 품질 문제에 대응하고 있다.

미국의 또 다른 연구개발 기지인 주행시험장은 캘리포니아주 모하비 사막에 있다. 총 연장 47㎞의 10개 시험로로 이루어져 있으며, 고속주행로는 일주거리 10.3㎞의 타원형 3차선 트랙으로 최고 속도 225㎞/h까지 주행이 가능하다. 독일에 있는 유럽기술연구소는 엔진 다운사이징 및 제어기술 개발 등을 통해 유럽형 파워 트레인의 연비와 동력 성능을 개발 중이다. 또 체코·터키·슬로바키아·러시아 현지공장의 품질 개선 작업도 이곳에서 이뤄진다. 인도 기술연구소는 소형차 개발의 전략기지다.

현대기아차는 이 같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2009년 ‘세계 4대 그린카 강국 진입’을 위해 친환경 고효율 그린카 개발에 속도를 내겠다고 선언했다. 올 3월엔 ‘인간 존중 및 환경친화적 경영’을 새로운 장기 비전으로 선포했다. 기술 개발에 대한 투자는 현대·기아차의 비전을 가능케 하는 힘이다. 현대기아차의 연구개발 투자비는 2008년 2조1904억원, 2009년 2조2394억원, 2010년 2조4162억원으로 계속 늘어나고 있다.

올 5월 현대기아차는 쏘나타 하이브리드와 K5 하이브리드차를 나란히 출시하면서 국내 시장에 본격적인 하이브리드카 시대를 열었다. 전기차 분야에서도 현대차는 지난달 국내 최초의 양산형 고속 전기차인 ‘블루온’을 공개했다.

블루온은 최고 시속 130㎞에 1회 충전으로 최대 140㎞까지 주행이 가능하다. 이르면 올해 말에는 소형 전기차 ‘TAM’을 출시하고 2012년 말까지 2000대 이상을 양산, 정부 기관 및 지자체 등에 보급할 계획이다.

수소연료전지차 부문에서도 2012년에 시범 보급을 시작하고, 2015년 본격 양산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박혜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