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기에 관심 없다면 오디오북으로 들어 보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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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려라 공부와 윤선생영어교실이 진행하는 ‘우리 아이 영어 고민 제로’의 열 번째 사례자 박다빈(수원 효동초 4)양은 영어를 무척 좋아한다. 영어라면 듣기·쓰기·말하기·읽기 어떤 영역이든 자신있어 한다. 하지만 엄마 이혜영(40·수원시 영통구)씨는 아이의 영어 실력 때문에 걱정이 많다. 이씨는 “다빈이의 정확한 영어 수준과 적합한 학습법을 알고 싶다”면서 솔루션팀을 찾았다.

글=박정현 기자
사진=최명헌 기자

다독은 읽기 훈련과 이해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 책 읽기를 싫어하는 박다빈양은 내용이 쉬운 영어책으로 시작해보기로 했다. [최명헌 기자]

진단해 보니=솔루션팀은 박양에게서 영어 학습에 가장 중요한 장점 하나를 발견했다. 영어에 대한 ‘자신감’이다. 국제영어대학원대학교 부속 국제교사교육원 정영애 교수는 “다빈이가 영어에 부담과 스트레스가 없다는 것은 영어를 즐겁게 배우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윤선생영어교실 국제영어교육연구소 성지연 연구원은 “영어 학습에 대한 동기 부여 자체를 도와줘야 하는 아이가 많다”며 “영어에 대한 다빈이의 긍정적인 생각은 영어 학습을 장기적으로 할 때 큰 자산이 된다”고 칭찬했다.

박양의 듣기·말하기, 읽기·쓰기 영역을 종합적으로 진단한 결과는 또래 수준이었다. 이씨의 예상대로 듣기 실력은 우수했지만 읽기와 쓰기는 조금 떨어졌다. 솔루션팀은 박양의 학습 성향이 가만히 앉아 책을 읽거나 쓰기보다 다른 사람과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익히는 것을 좋아한다고 평가했다.

처방1(책 읽기)=미국의 언어학자 스티브 크라센은 ‘다독은 최상의 방법이 아니다. 유일한 방법이다’라며 다독이 외국어 습득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강조했다. 성 연구원은 “다독은 읽기 훈련과 배경지식 확장, 어휘력 증가, 이해력 향상과 관계가 높다”고 설명했다. 영어 노출시간이 부족한 영어 학습자는 다독으로 노출시간을 보충해줘야 한다.

하지만 박양의 경우 영어 책은 물론 한글 책 읽기도 싫어했다. 활동적이고 사람들과의 소통을 좋아하다 보니 자리에 앉아 책을 읽는 것이 재미가 없었던 것이다. 솔루션팀은 한글 책 9권을 읽는 동안 영어 책은 1권을 읽는 수준에서 영어 책 읽기를 천천히 시작해 보라고 조언했다. 외국어를 배우는 데 모국어 학습이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이다.

영어 책은 내용이 쉽고 글이 적은 것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수준도 학습자와 맞아야 한다. 책을 읽다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영어사전을 찾지 않아도 문맥에서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면 적당하다. 정 교수는 “자기 수준에서 짧고 쉬운 책을 많이 읽어야 기초가 다져진다”고 설명했다.

평소 관심이 많은 분야나 좋아하는 소재의 영어 책을 고르면 책에 대한 흥미를 높일 수 있다. 성 연구원은 “익숙한 소재의 책을 골라야 읽기 부담이 적고, 배경지식이 있어 영어 학습 부담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래도 혼자 책 읽기가 지루하다면 오디오북을 활용한다. 원어민 낭독 오디오 자료가 있는 책으로 원어민의 발음을 들으며 눈으로 따라 읽어 보고, 익숙해지면 소리 내 따라 읽으며 읽기와 듣기·말하기 연습을 해 본다. 꼭 동화책이 아니더라도 즐겁게 읽을 수 있는 것을 찾아 읽는 습관을 만드는 것이 좋다.

처방2(목표 설정하기)=많은 부모는 자녀가 지금 수준에 만족하지 않고 더 향상되길 바란다. 아이가 좀 더 영어 학습에 욕심 내길 바란다면 스스로 목표를 세우도록 도와야 한다. 예컨대 영어 단어의 철자를 맞히는 대회에 출전하거나 작은 콘테스트에 참가해 보는 것이다. 성 연구원은 “각종 영어대회 참가자들 중에는 동기 부여가 뚜렷한 학생이 많아 자극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가정에서 인터넷으로 할 수 있는 테스트를 해 보는 것도 방법이다. 1년에 한 번 정도 실력 변화를 체크하되 자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솔루션팀은 박양의 성향을 고려해 스토리북을 읽고 가족 앞에서 1분 동안 설명하기 같은 프로젝트를 추천했다. 정 교수는 “초등 4학년쯤 되면 자신만의 학습법을 찾고, 스스로 학습 목표와 학습량을 세울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양은 솔루션팀의 진단 결과에 따라 윤선생영어숲 수원권선센터 김미선 관리교사와 8주간 수업을 한다. 이솝 우화를 대화문과 설명문, 희곡 같은 다양한 장르의 이야기로 구성한 교재를 활용하기로 했다. 김 관리교사는 “우리말 사용을 최소화하고 영어 노출 비중을 높여 영어로 생각하고 대화할 수 있는 언어적 감성을 길러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영어책 읽기 이렇게 도와주세요

1. 좋아하는 소재의 영어책 고르기=요리에 관심이 많으면 요리를 소재로 한 영어책을 고른다.

2. 익숙한 소재로 부담없이=이솝 이야기처럼 익숙한 우화 책을 고른다. 내용에 대한 배경지식이 있어 외국어 읽기에 부담을 덜 수 있다.

3. 수준에 맞는 책 고르기=영어사전을 찾아보지 않아도 줄거리를 알 수 있는 수준의 책이 바람직하다. 문맥으로 단어를 유추해낼 수 있는 수준이면 적당하다.

4. 즐기면서 할 수 있게 도와야=읽은 내용을 엄마와 이야기해 보거나 다양한 독후활동으로 책 내용을 정리한다. 이때 아이에게 너무 세부적인 내용을 묻거나 테스트 받는 느낌을 주지 않아야 한다.

5. 오디오북 활용=아이가 혼자 책읽기를 지루해하면 원어민 낭독 오디오 자료가 첨부된 책을 활용해도 좋다. 원어민의 발음을 듣고 눈으로 따라 읽다 소리 내 따라 읽는 과정에서 읽기와 함께 듣기, 말하기까지 연습을 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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