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조준호, 승부차기서 '거미손' 수비

중앙일보

입력

'승부차기 불패' .

포항 스틸러스의 골키퍼 조준호(27)가 프로축구 삼성디지털 K리그에서 승부차기 4연승을 거두며 승률 1백%의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포항이 정규리그에서 거둔 6승 가운데 4승이 조의 선방으로 올린 것이다. 이동국.고정운.백승철 공격트리오의 장기 결장으로 득점력이 현저하게 떨어진 포항이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는 것도 '승부차기로 가면 이긴다' 는 믿음을 심어준 조에게 힘입은 바 크다.

조는 승부차기에서 한 경기 평균 두 차례 킥을 막아냈다.

올시즌 정규리그가 연장전 없이 직접 승부차기로 들어가면서 각 팀이 승부차기 연습 시간을 늘린 점을 감안하면 눈부신 선방이다.

조는 "아마추어 시절부터 승부차기에는 자신이 있었다. 키커의 동작을 보고 방향을 예측한 뒤 미리 몸을 날리는 판단이 들어 맞는 것 같다" 고 말했다.

조는 주택은행 시절 당시 한일생명 골키퍼였던 권찬수(성남 일화)와 쌍벽을 이루는 '거미손' 으로 이름을 날렸다.

조는 승부차기뿐만 아니라 정규 경기에서도 뛰어난 기량을 보여주고 있다. 일곱 경기에서 5실점하며 경기당 평균 0.7의 놀라운 방어율을 기록 중이다. 98, 99년 2년 연속 0점대 방어율을 올렸던 이운재(수원 삼성.군입대)의 성적을 조가 넘보고 있는 것이다.

조의 성격을 보여주는 최근 해프닝 한 가지. 실력에 비해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하는 조가 안타까워 포항 정기동 골키퍼 코치가 먼저 머리를 염색하고 조에게도 권했지만 조는 "내 스타일에 안 어울린다" 며 끝내 머리에 손대지 않았다.

튀지 못해 안달하는 프로축구 풍토에서 조용히 실력으로 인정받으려는 조준호의 뚝심을 토대로 포항은 '승부차기 불패' 신화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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