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0만원 긁어야 이자 14만원 더 줘 … 카드 연계 적금, 카드사만 웃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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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서울 암사동에 사는 이모(43)씨는 최근 우리은행 ‘매직7적금’에 가입했다. 최고 연 7% 금리를 주는 상품이었다. 단 1년간 우리카드 실적이 전년보다 1000만원 이상 늘어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이씨는 “이 적금에 들면서 우리카드를 새로 만들었다”며 “1년에 카드로 2000만원 이상 쓰는 만큼 최고 금리를 충분히 받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카드 실적에 따라 높은 금리를 주는 은행 적금이 인기를 끌고 있다. 초저금리 시대, 적금 금리 1%가 아쉬운 고객들의 심리를 파고든 것이다.

 우리은행이 7월 초 출시한 ‘매직7적금’은 20일까지 26만6388좌, 2조5083억원어치가 팔렸다. 기본금리는 연 4%지만 카드 사용 실적에 따라 2~3%포인트 금리를 더 준다. 1인당 1계좌로 제한했는데도 가입자 수가 꾸준히 늘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당초 한도인 2조5000억원이 차면 판매를 중단할 예정이었지만 고객 반응이 워낙 좋아 연말까지 계속 팔기로 했다”고 말했다.

 신한은행이 7월 말 내놓은 ‘생활의 지혜 적금 점프’는 2만500좌 78억원어치가 판매됐다. ‘에스모어 생활의 지혜 카드’ 이용 실적에 따라 최고 연 12% 금리를 준다. 이 은행 상품개발부 김지혜 대리는 “높은 금리를 받기 위해 신용카드와 적금을 동시에 가입하는 고객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비슷한 신상품도 새로 나왔다. 농협은 24일 최고 금리가 7.49%인 ‘채움 한가족 적금’을 출시했다. 농협 신용·체크카드를 쓰면 실적에 따라 최고 1.5%포인트 우대금리를 주는 상품이다. 가족이 함께 가입하면 가족 모두에게 최고 2.2% 포인트를 더 얹어준다. 농협 상품개발단 최승현 차장은 “연간 카드 사용액이 300만원만 돼도 0.5%포인트 우대금리를 주기 때문에 고객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시중은행 적금 금리는 연 4% 안팎. 금리가 연 7% 이상인 적금은 은행은 물론 저축은행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은행 입장에선 금리를 높게 줘도 별로 손해 볼 게 없다. 이러한 적금은 월 가입한도가 30만~50만원에 불과해 이자 부담이 크지 않다. 오히려 신용카드 이용이 늘면서 카드사가 얻게 되는 수수료 수입이 훨씬 크다.

 실제 이런 상품에 가입했을 때 기대할 수 있는 고금리 혜택이 얼마나 되는지를 따져봤다. 우리은행 ‘매직7적금’에 월 50만원씩 1년간 적립하고, 카드를 1년 전보다 연간 1000만원을 더 썼을 때 받는 이자는 총 19만2500원. 기본금리(연 4%)를 적용했을 때보다 8만2500원 더 받는다. 카드 사용액의 0.82%를 돌려받는 셈이다. 신용카드로 결제할 때 카드사가 챙기는 평균 수수료율(2.08%)과 비교하면 절반이 채 안 된다.

 월 30만원까지 가입할 수 있는 신한은행 ‘생활의 지혜 적금 점프’도 비슷하다. 매달 150만원씩 1년에 1800만원을 카드로 긁어서 받을 수 있는 이자는 19만8000원. 기본금리(3.2%)만 챙길 때보다 14만5000원 이익이다. 신용카드 사용액의 0.8%에 해당한다.

 하지만 정작 고객들은 실제 이자 이익을 꼼꼼히 따지기보다는 높은 금리만 보고 가입하기 쉽다. 또 가입하러 창구에 갔다가 막상 까다로운 우대금리 조건을 보고 실망하는 고객도 적지 않다. ‘낚시성 상품’이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금감원 이경식 은행영업감독팀장은 “이런 상품은 높은 금리를 주는 대신 여러 제한을 두는데, 홍보할 땐 최고 금리만 지나치게 강조하는 게 문제”라며 “은행들이 고객에게 정확한 정보를 알리도록 지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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