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운동장 사용료 껑충 “조기축구 뛰기 부담되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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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경기도 안양시의 A중학교 인조잔디구장은 휴일마다 축구 동호회원들로 북적인다. 인근 안양석수체육공원 인조잔디구장 등 다른 관공서 축구장은 사용료가 2시간에 4만원이지만 이곳은 2시간에 1만원이라 인기가 높다. 이 때문에 안양의 4개 축구 동호회가 휴일마다 2~3시간씩 돌아가며 운동장을 이용한다.

 그런데 앞으로는 사용료가 대폭 오를 전망이다. 경기도교육청은 지난달 입법예고한 공유재산관리조례 개정안을 25일께 경기도의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이 조례는 현행 2시간에 1만원인 공립학교 운동장 이용료를 일반 운동장은 2시간에 2만원, 인조잔디구장은 4만원으로 조정하는 내용을 담았다. 3만원인 천연잔디구장은 8만원으로 올린다.

 이런 내용이 알려지자 저렴하게 학교 운동장을 이용해왔던 축구 동호회원 등이 반발을 하고 있다. 화성의 한 축구 동호회 회원 김학근(37)씨는 “다른 곳보다 학교 운동장의 사용료가 저렴해 계속 이용해왔다”며 “각종 물가가 올라 적지 않은 부담이 되는데 공립학교 운동장 사용료까지 올리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말했다.

 경기도교육청은 장기 이용자를 위해 한 달에 15일 이상 사용 계약을 맺으면 50%를 감면하는 부칙을 만들었지만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학교 시설을 사용할 수 있는 날이 격주 토요일과 일요일 등 한 달에 7~8일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7~8일간의 사용료를 제대로 내는 것이나 15일간 계약을 하고 50%를 감면받는 것은 별다른 차이가 없다. 이에 대해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시설 사용료를 통일하라는 국민권익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시설을 유지·관리를 할 수 있는 수준으로 요금을 조정했다”고 말했다.

 서울시의회도 공립학교마다 다른 운동장 사용료를 통일하는 조례를 제정했지만 지금보다 사용료를 더 높게 받을 수 없다는 시행규칙을 마련했다. 27일부터 시행되는 이 조례에 따르면 서울의 공립학교에서 생활·체육행사를 할 때 운동장은 시간당 2만원(잔디구장은 5만원), 교실·강당은 1만원을 내야 한다. 여기에 6개월 이상 장기 사용계약을 하면 학교장의 재량으로 50~80% 감면할 수 있도록 했다.

양기훈 서울시교육청 교육재정과장은 “시세 조사를 해서 평균 수준으로 일반행사 사용료를 책정했다”며 “기업이나 단체가 아닌 지역 주민들은 지금보다 학교 운동장 등을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길용 기자

◆학교 시설 사용료=학교가 쉬는 날 운동장·교실·체육관·강당 등의 시설을 일반에 개방하면서 받는 금액. 시설 유지·보수비용으로 쓴다. 공립학교는 조례로, 사립학교는 각 학교의 규정으로 금액을 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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