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부 대북 비선라인 … 미스터 K, 통일차관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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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임동원 대통령 특사(오른쪽에서 둘째)·임성준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오른쪽 셋째)과 함께 방북한 김천식 통일부 차관 내정자(왼쪽·당시 남북회담사무국 회담운영부장)가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이명박 대통령은 24일 통일부 차관에 김천식(55) 통일정책실장을 내정했다. 김형준 청와대 춘추관장은 브리핑을 통해 “김 차관 내정자는 통일정책과 관련한 경험과 전문성이 풍부하고, 전반적으로 업무 역량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내정 배경을 밝혔다.

 김 내정자는 통일부 안팎에서 ‘Mr. K’로 불려 왔다. 남북 관계가 악화일로를 걷던 2009년 11월 개성에서 원동연 노동당 통일전선부 부부장과 두 차례에 걸쳐 접촉한 것으로 알려지는 등 대북 비선라인을 맡았다. 본인은 그때마다 부인했지만 지난 6월 북한이 베이징 남북 비밀접촉 전모를 폭로하면서 ‘Mr. K’의 실체가 드러났다.

김 내정자가 5월에 김태효 청와대 대외전략비서관, 홍창화 국정원 국장과 함께 북측 인사를 접촉했다고 북한은 공개했다.

 김 내정자는 2000년 6월 1차 남북정상회담 때는 통일부 정책총괄과장으로 당시 김형기 정책실장과 함께 핵심 실무사항을 챙겼다. 정상회담 수행원으로 평양을 방문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만난 경험도 있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 시절인 2003년 1월 임동원 특사의 방북(김정일 면담은 불발)도 수행하는 등 공개·비공개 당국 회담을 두루 경험했다. 이런 경력 때문에 그의 차관 내정은 남북관계에서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포석이란 해석도 나온다.

 그의 발탁을 두고 류우익 장관은 24일 간부회의에서 “기수나 서열보다 능력이나 일이 먼저”라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행정고시 25회 출신인 엄종식 차관 후임으로 행시 28회(1984년)인 김 실장이 내정된 것을 두고 한 말이다. 통일부 고위 공무원 ‘가급’(옛 1급) 여섯 자리 가운데 천해성 대변인과 외부 출신인 조명철 통일교육원장을 제외한 4명은 고시 선배나 동기다. 후임 인사는 급격한 물갈이보다는 안정적 조직 운용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전남 강진 ▶서울 양정고 ▶서울대 정치학과 ▶대통령 외교안보수석비서관실 통일담당과장 ▶교류협력국장 ▶남북경제협력본부장 ▶부인 왕승옥씨와 1남1녀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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