場外주식으로 돈벌수 있는 찬스는 ‘지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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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금 규모가 적고 성장성이 높은 기업들은 경험적으로 볼 때 언제나 고평가를 받아왔다. 왜냐하면 증자 등 자본 성장에 따른 수익의 기대감과 주식의 희소성에 대한 프리미엄이 있기 때문이다.

장외시장에 찬바람이 불고 경제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는 위기상황이 오히려 유망장외기업을 고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찬바람 부는 지금이 기회

PC방을 공략하겠다는 아이템으로 인터넷 기업을 차린 후배가 있다. 그의 말을 들으면 세상이 1년 사이에 얼마나 변했는지를 실감할 수 있다.

“작년 8월까지만 해도 참 생활이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PC방 아이템으로 인터넷 회사를 설립하자 투자자들이 몰려들어 제법 돈도 벌었어요….”

불과 몇 달 전의 일이다. 그 때 우리 주위에는 장외기업에 대한 '묻지마 투자' 열풍이 불었고 코스닥시장 거래대금 규모가 거래소시장을 추월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요즘은 그 열풍이 상당히 식었다. 나스닥시장에서 인터넷 주식들이 폭락을 거듭하고 영국의 대표적 인터넷 의류유통업체인 부닷컴이 파산했으며, 일본에서 히카리통신 주식이 90% 이상 폭락하는 사태가 발생하자 '묻지마 투자'에 대한 경종이 울리기 시작한 것이다. 게다가 때마침 새한그룹 워크아웃 신청, 영남종금 영업정지, 금강화섬 부도 등 자금 한파가 몰아쳤고 급기야 현대그룹 자금 악화사태까지 벌어지는 지경에 이르자 장외시장에도 찬바람이 불고있는 상황이다.

주식투자에서는 95% 이상이 손실을 본다는 점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 뒤집어 의미를 가늠해보면 다수의 사람들이 하는 대로 해서는 절대로 돈을 벌 수 없다는 얘기다.

지금 장외시장에 찬바람이 불고 있고 경제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간다고 남들처럼 움츠린다면 그는 결코 95% 범주를 벗어날 수 없다. 오히려 지금이 유망 장외기업을 싼 가격에 고르기에 더 좋은 기회라는 점이다.

장외시장이 위축되고 있다지만 여전히 부르는 가격은 수용하기 부담스러운 경우가 많다. 얼마 전 투자의뢰를 상담하러 온 분을 만났다. 이전부터 알고 지내던 인사라 반갑게 맞았지만 투자제안을 듣고는 영 입맛이 씁쓸했다.

지금 액면가가 5백원인데 얼마를 투자할 경우 무상증자를 실시해주고 이를 감안하면 주당 3천5백원에 인수하는 꼴이라고 했다. 하지만 무상증자 이전을 계산하면 액면가의 20배가 넘는 할증이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그 회사가 5월에 설립된 신설법인이라는 점.

아무리 주축멤버가 학벌 좋은 박사급들이고 터보엔진 분야에 기술력이 좋다한들 이렇게 '돈맛'을 아는 기업에는 절대로 투자하지 않는 것이 투자원칙이다. 실제로 그런 기업이 잘 되는 경우가 드물다.

유망 장외기업 고르기

반대의 사례도 있다. 지난 3월 인터넷 증권정보 제공업체 아크론은 (주)코파에 상당한 투자를 했다. 코파는 콘덴서와 콘덴서 부품의 B2B(기업간 전자상거래)사업을 펼치는 기업으로 아크론이 처음 투자한 인터넷 기업이다. 그만큼 아크론은 인터넷 기업에 대한 투자를 꺼렸다. 그렇지만 코파에 투자하게 된 계기는 CEO의 자세에 대한 신뢰 때문이었다. 자신의 분야에 대해서는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금융부문에 대해서는 절대 과욕을 부리지 않았다. 오히려 투자자에 대해 늘 감사하는 마음에 끌려 상당한 가격에 유상증자를 마무리 지었던 것이다.

코스닥 열풍으로 연구 인력들의 창업 열기가 그야말로 ‘용광로’를 방불케 하고 있다.하지만 대부분이 전문분야이기 때문에 투자회사들이 그들을 검증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 검증 또한 신뢰하기 힘든 편이다.

오히려 그런 노력보다는(물론 해당 기업의 현황이나 업황에 대한 분석은 기본이겠지만) CEO의 눈빛과 자세를 세심히 살피는 것이 더 필요하다. 가능하다면 술도 같이 마셔보고 개인적인 여러 얘기들을 들어보면 좋다.

약 한 달 전, 코스닥에 상장된 모 바이오기업에 애널리스트들이 탐방한 후 상당히 좋지 않은 인상을 받은 경우가 있었다. 이런 소문도 유망 장외기업을 발굴하고 판단하는데 좋은 재료가 될 수 있다. 개인투자자들 입장에서는 우수한 장외기업 선별도 쉽지 않지만 유망 장외기업을 발굴했다 하더라도 해당 주식을 구하기는 더더욱 힘든 것이 현실이다.

우리가 흔히 장외주식이라고 통칭하는 세계를 자세히 살펴보면, 투자 후 1년 이내 회수를 목표로 하는 프리 코스닥 투자와 그 이상의 회수기간을 갖는 엔젤투자로 구분할 수 있다. 예컨대 영화배우 박중훈씨가 초기에 새롬기술에 출자 해서 몇 년 후 회수한 경우는 엔젤투자로 분류할 수 있으며, 장외에서 한솔엠닷컴을 샀다가 몇 달 후 코스닥시장에 등록되어 파는 경우는 프리 코스닥 투자라고 할 수 있다.

내성 강한 기업이 최적

아크론은 엄밀히 말하면 프리 코스닥 투자를 전문으로 한다. 그리고 다수의 일반투자자들도 여기에 속한다고 봐야 한다. 그런데 자금력이나 정보력이 약한 개인 투자자들은 이 프리 코스닥 시장의 말단에 설 수밖에 없다. '명동에서 삼성SDS 사는 식'밖에 없는 것이다. 이 경우는 소매시장 말단이기에 그만큼 가격이 상승해 있어 좀처럼 돈을 벌기가 쉽지 않다.

프리 코스닥 주식을 매력적인 가격으로 직접 사려면 투자 자문사의 문을 두드릴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프리 코스닥 주식의 도매는 투자자문사 규모의 '부띠끄'들이 창업투자회사 등과 함께 취급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만큼 투자자문사를 통한다면 의외로 매력적인 가격에 프리 코스닥 주식을 매매할 수 있다. 다만 현재 영업 중인 투자 자문사가 워낙 많기 때문에 선택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또 간접적인 투자를 원한다면 창업투자회사나 자산운용사의 투자상품을 찾는 것이 좋을 것이다. 3월 하순부터 코스닥시장은 '파동'이라 할 정도로 폭락을 거듭하고 있다. 하지만 재벌 등 대규모 기업집단들이 퇴조를 하고 새로운 기술들이 등장하는 한 코스닥시장의 중장기 전망은 매우 밝은 편이다.

이를 접어두더라도 자본금 규모가 적고 성장성이 높은 기업들은 경험적으로 볼 때 언제나 고평가를 받아왔다. 왜냐하면 증자 등 자본의 성장에 따른 수익의 기대감과 주식의 희소성에 대한 프리미엄이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장외기업들은 자본금 규모가 적고 또 기술력을 무기로 승부를 걸고 있기 때문에 코스닥시장의 악화에 대해서는 내성(耐性)을 가지며, 코스닥시장의 활황에 대해서는 고평가되는 장점이 있다. 따라서 이런 기업에 투자할 경우 단기적인 코스닥시장 등락에 민감할 필요는 없다.

중요한 점은 좋은 장외기업을 찾고, 해당 주식을 매력적인 가격으로 보유하는 것이며 이를 위해 개인적 노력은 필수적일 것이고 투자 자문사나 관련 부띠끄를 찾는 부지런함도 요구된다. 그리고 코스닥시장이 폭락함으로써 현재 장외에 희귀하고 좋은 기업들의 주식들이 의외로 매력적인 가격으로 나와 있는데 이럴 때일수록 '남이 걷지 않는 길'을 걸으려는 용기를 낼 필요가 있다. 용기있는 자가 미인을 얻듯이….

하태민 아크론 대표 iWeekly 제 5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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