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메일 양념 '이모티콘'…안쓰면 맛 안난다

중앙일보

입력

벤처기업 홍보회사인 벤처PR 김병탁(30) 팀장은 매일 40여통의 전자우편을 받는다. 이 회사 10여명의 직원들도 매일 수십통의 e-메일을 받고 보낸다. 결재서류는 물론 간단한 인사말까지 전자우편으로 해결한다.

하지만 이들이 온라인을 통해 외부인과 주고받는 e-메일은 색다르다. 전자우편의 첫머리 또는 끝머리에는 기호로 만든 야릇한 표시들이 딸려 있다.

"좋은 아침 되십시오 ∧∧" "∧O∧ 아이디어 리스트입니다. 검토해 주세요"

김씨는 "e-메일 앞뒤에 붙는 이같은 이모티콘(emoticon) 은 온라인으로만 이뤄지는 메마른 직장생활에 활기를 불어넣는 윤활유 역할을 한다" 고 말했다.

이모티콘이 신세대들의 새로운 의사소통 수단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이모티콘이란 이모션(emotion) 과 아이콘(icon) 의 합성어. 온라인 채팅을 하거나 전자우편을 교환할 때 글자 대신 기호를 사용, 함축적인 의미나 자신의 감정을 전달하는 애교스런 표현이다.

종전에는 전자우편에 붙이는 간단한 인사말이 대부분이었으나 최근 휴대폰으로도 이모티콘을 주고받는 게 가능해지면서 아이디어 넘치는 이모티콘이 속속 등장해 신세대들로부터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러나 지나치게 감각적인 기호가 범람해 언어 공해가 된다는 비판도 있다.

◇ 아이디어 넘치는 이모티콘

과거의 이모티콘은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주류였다. 웃는 얼굴(∧∧) .우는 얼굴(T_T) .좋아 만족해(∧O∧) .아이 부끄러워라(*∧∧*)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휴대폰 문자 메시지가 활성화하면서 신세대들은 자주 쓰는 명사와 인사말 등도 이모티콘으로 만들어 사용한다.

김밥))))).사탕(> (////) <) .고양이(〓∧.∧〓) .줄다리기(&&&&---&&&&) .여우(Vm~) 등이 자주 활용되는 이모티콘이다.

인사말로는 절하기(m __)m).인사하기(꾸벅) ( -.-)(__) (-.-) ) 등을 많이 쓴다. 이모티콘 사용이 확산되자 인터넷과 PC통신 등에는 전용코너도 생겼다.

네띠앙(www.my.netian.com)은 움직이는 이모티콘을 내려받기할 수 있는 자료실을 만들었고, 넷츠고(www.netsgo.com)는 기상천외한 이모티콘과 특수문자.코믹문자를 모아놓은 이모티콘천국(go emoticon) 코너를 서비스하고 있다.

◇ 공해도 만만찮아

공식적인 문서에 이모티콘을 쓰거나 이모티콘을 남발하는 것은 에티켓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많다.지오인터랙티브 김병기 사장은 "공문서 성격의 e-메일에 이모티콘을 붙이는 것은 예의에 어긋난다" 고 말했다.

이모티콘을 지나치게 많이 사용하는 것도 문제다. 네띠앙 이종혁 팀장은 "한개의 전자우편에 이모티콘을 너무 많이 쓰면 보는 사람이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불쾌하게 생각할 수 있다" 며 "이모티콘을 적당히 써야지 남발하면 언어공해가 된다" 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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