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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정부, 민주·복지·평화 역주행 … 이런 정부 처음”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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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호 04면

10·26 재·보선은 야권의 차기 대선 주자 문재인(57·사진)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선거판으로 끌어냈다. 문재인 이사장은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무소속)의 공동선대위원장과 부산 동구청장에 출마한 이해성 후보(민주당)의 후원회장을 맡고 있다. 지난 13일 박 후보의 광화문 지원 유세를 시작으로 서울·부산·경남을 누비며 ‘정권교체론’을 외치고 있다. 자기 이름을 내건 ‘문재인 정치’를 시작한 셈이다.

10·26 재·보선, 선거 지원 전면에 나선 문재인 이사장

문 이사장은 22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박원순 후보 지원 유세를 했다. 이 자리에선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를 직접 겨냥했다. “나경원 후보는 대한민국 1%가 아니라 0.01%의 특권부유층”이라며 “대한민국 특권부유층은 부와 권력과 명예를 다 가지려고 한다”고 공격했다. 이어 “한나라당은 더 이상 ‘인간 박원순’을 모욕하지 말라. 10월 26일 이런 행태를 반드시 투표로 심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세 횟수가 늘어날수록 문 이사장의 발언에는 날이 서고 있다.

이에 앞서 21일 부산 유세에선 “부산 동구를 바꾸고, 부산을 바꾸고, 내년 총·대선에서 승리해서 정권 교체를 이루자”고 호소했다. 부산·경남(PK)의 ‘바꿔 바람’을 북상시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이긴 다음, 야권 통합을 통해 내년 총선·대선의 승리를 도모하겠다는 전략이다. 문 이사장의 인터뷰는 지난 14일 오전 부산 법조타운빌딩에 있는 ‘법무법인 부산’의 회의실에서 두 시간 동안 진행됐다. 다음은 일문일답 요지.

-박원순 후보의 공동선대위원장을 맡고 있다. 향후 지원 유세 계획은.
“박 후보 측에서 적절한 계획을 세워 요청하고, 내 형편만 된다면 최대한 지원할 작정이다.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하겠다.”

-부산 분위기는 어떤가.
“부산 민심이 바뀌고 있는 게 피부로 느껴진다. 부산은 3당 합당 이후 20년간 한나라당 아성이었다. 이해성 후보가 출마한 부산 동구는 야권 상황이 가장 어려웠던 곳이다. 지난해 6·2 지방선거 때 구청장·구의원 후보조차 못 냈다. 이번에 투표율이 40%를 넘고, 젊은 층이 많이 투표한다면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이명박 정부가 레임덕(임기 말 현상)에 빠졌다고 말한다. 노무현 정부와 비교하면 어떤가.
“참여정부 말기에 국민 지지도가 떨어진 건 사실이다. 그러나 마지막 순간까지 위축되지 않고 할 일 다 했다. 반대로 이명박 정부는 지지도 추락과 함께 방향을 잃은 것처럼 보인다. 참여정부는 민주주의, 복지, 남북평화 같은 분야에서 큰 발전을 이뤘다. 권위주의 해체, 권력기관 개혁, 돈 쓰는 선거문화 추방 등에 대해선 자부심을 느낀다. 하지만 양극화, 비정규직, 고용불안 등으로 서민들 삶이 힘들어지는 데 대해 충분히 대응하지 못했다. 이명박 정부는 민주·복지·평화라는 역사 발전 방향을 완전히 거꾸로 가버렸다. 우리 역사상 그런 정부가 없었다. 청와대 사람들이 개혁을 말하면서 도덕성에서 무너지면 그건 말이 안 되지 않는가.”

-문 이사장은 야권 대통합을 주장해왔다. 박원순 후보가 당선될 경우 지방공동정부는 어떻게 운영되는 게 좋다고 보나.
“서울시장 통합 경선에 합의할 때, 범야권 단일후보를 지원하는 선거기구 구성과 함께 (각 정파가) 시정에 공동 참여하는 방식에 합의했다. 김두관 경남지사가 지금 하고 있는 시스템인데, 경남도에는 ‘민주도정협의회’라는 기구가 있다. 이곳에서 합의한 사항을 도정에 직접 반영한다. 박 후보가 당선된다면 공동시정기구를 만들어 시의회와 협의하고, 다른 정당 인사들을 정무직에 임명할 수 있다.”

-그동안 ‘혁신과 통합’을 주제로 대통합 신당을 주장해 왔는데.
“민주당부터 진보정당, 시민단체들 사이에 이념과 스펙트럼의 차이가 있지만, 하나의 정당으로 뭉칠 수 있다. 야권 내부 차이보다 한나라당과의 차이가 더 근본적이고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화학적 통합을 하자는 건 아니다. 각 정당·세력이 거대 통합정당 안에서 각각 ‘정파’로 남아 있는 것이다. 당원 명부나 조직·자금 등은 그대로 유지하되 공동경비를 의석 비율로 분담하면 되는 것 아닌가. ‘복지 확대’를 고리로 한 가치의 연대 가능성도 커졌다.”

-‘혁신과 통합’, 솔직히 정치공학적 구호가 아닌가.
“처음 시작할 땐 선거연대보다 더 나은 방향의 정치공학적 입장을 고려한 게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은 새 정치를 향한 국민들의 갈망을 담을 수 있는 대안 정당을 만들기 위한 의미가 더 커졌다.”

-문 이사장과 안철수·조국 교수, 김두관 경남도지사, 박원순 후보 등 PK 출신들이 각광받는 이유는 뭘까. 비(非)한나라당을 주도하는 ‘PK 5인방’이라 불릴 만하다. 2002년 대선 때 ‘PK+호남’으로 승리한 노무현식 모델 아닌가.
“그럴 리 있나. 안철수·조국 교수가 PK 출신이라서 주목하는 건 아니다. 나는 시민운동과 정치권 중간에 있어서 그럴 수도 있는데, 다른 분들은 아니다. 안철수 교수가 갖고 있는 새로운 정치에 대한 철학 때문이다. ‘알고 보니 PK’인 것이다. 그런데 왜 ‘알고 보니 PK’가 많을까. 굳이 답을 찾자면 그동안 PK지역이 한나라당 일당 지배구조였다. PK지역의 양심적인 인사들이 한나라당을 통해 정계 진출을 하는 건 선택할 수 없는 길이었다. 그렇다고 야권 정당에 참여할 수도 없다. 당선이 불가능하니까. 호남 같으면 민주당 같은 정당으로 유입될 수 있었지만, PK에는 그런 창(窓)이 없지 않았나. 그러다 보니 제3의 지대에서 인물들이 누적돼 왔기 때문일 것이다.”

-내년 4월 총선에 출마할 건가, 아니면 백의종군할 건가.
“일단 ‘야권 통합’이 가장 중요하다. 통합해야 총선 승리가 가능하다. 통합이 아닌 야권선거연대 방안은 일부 지역에서만 효력이 있다. 통합 후 개인적인 선택은 그때 가서 판단해보겠다. 통합이 되면 통합 정당의 당원으로 참여할 것이고, 부산·경남 총선에서만큼은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하겠다. 내년 총선에서 부산·경남이 제일 중요하다. 야권이 약진한다면, 선거 전체 판세가 달라지고 12월 대선까지 작용할 것이다.”

-안철수 바람과 박근혜 대세론을 비교하자면.
“안철수 바람은 대단하다. 국민들에게 새로운 정치에 대한 갈망을 일깨웠고, 그게 가능하다는 희망까지 줬다. 잠재력이 크다. 다만 혼자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세력화해야 가능하다. 일단 본인이 새로운 정치를 위해 결심을 하고 통합된 정당과 함께 한다면, 개인의 높은 잠재력과 지지율, 그리고 세력이 합쳐질 테니 박근혜 대세론도 단숨에 압도하지 않을까.”

-안 교수와는 개인적으로 아는 사이인가. 그가 대선에 출마할 것 같은가.
“개인적으론 잘 모른다. 하지만 그분이 저를 만나 주신다면 언제든 만나고 싶다. 의견도 구하고, 함께 할 수 있는지 여쭤볼 수도 있고. 당장 이번 서울시장 선거를 도와주시면 더 좋고…. 안 교수도 정치 자체를 좋아하는 성품은 아닌 것 같다. 하지만 정치가 이래선 도저히 안 되겠다고 생각해서 할 수 없이 정치할 뜻을 살짝 내비친 것 아닌가. 대선 때도 본인이 직접 나서지 않으면 안 되겠다고 판단하면 어쩔 수 없이 나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명박 정부에서의 역사 퇴행, 안 교수도 그렇게 표현했는데, 역사의 흐름을 거스르는 게 너무 심각하다. 이렇게 두다가는 정말 큰일 나겠다는 위기감을 느낀다.”

-국민들이 총선이든 대선이든 ‘문재인 출마’를 요구한다면 그 운명을 받아들일 건가.
“솔직히 나도 잘 모르겠다. 마치 호랑이 등에 올라타고 질주하는 느낌이다. 불편한데 내리지도 못하고, 두렵기도 하고 그냥 달려가고 있다. 어디까지 가서 멈출지는 잘 모르겠다. 지금은 눈앞의 (야권) 통합만 생각하려 한다. 총선이 닥치면 정말 고민이 될 것 같다. ‘대의를 위해서 잠깐 고생하자’ 이런 게 아니라 정말 삶 자체를 바꿔야 하는, 실존적 결단이 필요하니까.”
정리=한영익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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